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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파토님의 페북 글
게시물ID : sisa_7873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쉘든바우어
추천 : 21
조회수 : 1705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11/14 03: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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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다쓰 베이더 복장까지 하고 집회에 나갔지만 사실 이번 시위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많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사실상 모든 혁명적 상황에서 역풍을 맞아 왔다. 해방 이후에는 이승만 독재 정권이 들어섰고, 4.19 이후에는 곧 5.16이 왔으며, 서울의 봄 후에는 전두환과 5.18 이 있었다. 87년 6.10 이후에는 노태우와 거대 민자당이 들어섰다. 그리고 김대중의 당선과 노무현의 쾌거 이후에는, 비록 이전보다는 텀이 길었지만, 이명박의 당선에 이은 노무현, 김대중의 죽음, 그리고 박씨 왕가의 재등장과 극우 회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었다.

지난 토요일의 집회는 이 모든 역사적 사실들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최신의 상황이다. 어쩌면 6.10 처럼 11.12로 불릴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번에는 정말로 이길 수 있을까.

글쎄다. 사실 우리는 이긴다는 것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조차 모른다. ㅂㄱㄴ의 퇴임을 외치는 것은 매우 정당하나, 그런다한들 과거와 같은 상황들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른다. 질서와 평화는 아름답지만 그것이 어떤 프레임을 만들어가는지 역시 명확하지 않다. 우리가 이런 상태에 있는 동안 입장이 명백한 자들, 즉 권력의 추구 자체가 목표인 자들이 게임의 룰을 만들어 갈 것이고, 결국은 예전처럼 그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권력의지'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권력욕과 권력의지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너무 비슷해서 자기 자신도 무엇을 갖고 있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권력욕은 성취에, 권력의지는 원칙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성취는 또 다른 성취를 먹고 자라며 욕망을 합리화한다. 원칙은 자라지 않는 대신 단단해지며 그 단단함을 확산시킨다. 전자가 바로 지금의 우리나라요, 후자는 우리가 되고 싶어하는 모습일 것이다.

이 사회의 가장 굳건한 원칙은 모두가 알고 있는 헌법 제 1조의 두 항이다. 그러나 그것을 되뇌인다고 원칙이 실현되지는 않는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지만 현실에서의 권력은 그 '국민'을 대변하는 리더십이며 그것이 부재하거나 부패했을 때 헌법은, 지난 오랜 세월동안 주로 그랬듯이, 공허한 레토릭일 뿐이다. 그리고 건강한 리더십은 권력의지없이는 발생할 수 없다.

정치는 정의의 실현 그 자체가 아니다. 권력을 잡고 유지하는 능력이야말로 정치이며, 그것을 위의 원칙에 투철하게 행하는 것이 바로 좋은 정치다. 이 게임에 능수능란할 때 정의는 그 '결과'로 실현되는 것이다.

솔직하자. 현실적으로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실제적인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경력과 지지도와 위치를 가진 사람은 이 나라에 단 한 명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국민은 지금 국민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는 그의 역할을 하기 바란다. 더 자신있게, 스스로와 국민을 믿고, 권력의지를 표현하며 리더로 나서야 한다. 더 자주, 명확하게 발언하고 더 많이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가장 위험한 때다. 감동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역사의 실수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해체론까지 들고나온 새누리당 비박과 야당 보수파들을 중심으로 다시 수구 기득권 판이 만들어지지 않게 하려면 선하지만 강한 리더십의 출현이 절실하다.

지금 새누리당 비박의 저 '반성'의 말들은 30년전 '6.29 선언'을 발표하며 국민을 호도했던 노태우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물론 그날 우리는 승리를 외치며 환호했다. 그 감동은 자체로서 아름다운 것이지만 결과는 정권의 연장이었다. 권력욕의 화신들이 짠 새로운 판에 양김이라는 두 리더가 보기좋게 걸려든 거다. 이번에는 반대로 응당 있어야 할 리더가 없어 지리멸렬할 건가.

평화시위의 효용에 대해 말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싸우지 않고 축제를 계속할 수 밖에 없다. 일은 당신이 해라. 이제 프로가 되어 권력을 향해라. 4년 전 국민 절반의 지지를 받았던 당신이다. 이 모멘텀을 놓치면 우리 모두 진다.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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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facebook.com/jongwoo.won?hc_ref=NEWSFEED&fref=n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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