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은 흐렸죠.
먹구름이 조금 낀 늦가을 같은 날씨였어요.
5월 중순이라 봄인지 가을인지 구분하기 힘든
출근길 이었죠.
카풀에 늦을까 뛰며 캔커피를 사려
급히 들린 편의점엔 나와 같은 시대의 노비들이
줄을 지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마치 저승의 입구에서 내 심장의 무개를 재는
아누비스 같은 편의점 알바의 눈커풀도 지쳐 보였어요.
어쩌면 죽은자의 손을 잡고 기다렸던 마트(Maat)신이
지금의 이 마트로 이어졌는지도 몰라요.
삶과 죽음, 죄와 벌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겠어요.
일련의 방정식인가요.
그게 맞다면 우리 모두는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죄를 지은 거예요.
아버지들의 아버지인 아담을 난 용서할 수가 없어요.
그가 지은 죄를 왜 우리가 받아야 하는 거죠.
아아. 우린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아. 우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터널 입구는 밝았어요.
빛이 있어서 밝았던 건 아니에요.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았고 오롯이 사람들의
희망이 그 길을 밝혀 놓았던 것 같아요.
그들의 희망을 등대 삼아 새로운 하루에
입김을 뱉었어요.
허나 흐린날 차가웠던 공기는 내 입김을
곧 씹어 삼켰어요.
앞서가던 오시리스와 따라오던 호루스는
내 심장이 깃털보다 무겁다고 느꼈었던 모양이에요.
그때 알아 차렸어야 했는데 말예요...
그때 알아 차렸어야 했는데 말예요...
삶과 죽음, 죄와 벌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겠어요.
일련의 방정식인가요.
그게 맞다면 우리 모두는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죄를 지은 거예요.
아버지들의 아버지인 아담을 난 용서할 수가 없어요.
그가 지은 죄를 왜 우리가 받아야 하는 거죠.
아아. 우린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아. 우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