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며 나온 100만명에게 차벽을 넘자고 말하기보다는
방안에 머물러있는 1000만명이 거리로 나오도록 설득해 줬으면 좋겠습니다만...뭐.
과격시위든 뭐든 마음 맞는 분들과 하시는거면 불만 없습니다.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담장을 넘어 청와대로 향하신대도 괜찮습니다.
단,
원치 않는 이들을 끌어들이지는 마십쇼.
민중을 수단으로 여기지 말아주세요. 그들은 주체입니다.
저도 비폭력저항에 회의적이었어요. 근데 곰곰이 봅시다.
4.19혁명 비폭력저항입니다.
길에서 사람들 총에 맞아 죽어가도 자발적으로 어린이 노인들까지 나와 비폭력시위 했습니다.
그랬기에 이겼어요.
5.18광주민중항쟁 역시 비폭력저항이었습니다. 고립과 "학살" 의 극단적 상황에서 총을 들었을 뿐입니다.
처절히 상처입었지만, 80년대 민주화운동을 꽃피게 한 결정적인 사건입니다.
80년대 학생운동도, 6월항쟁도, 그 사수대들도 동지를 지키려고 쇠파이프를 들은거지 깨부수러 가자고 그런거 아닙니다.
제가 알기론 우리 민주주의는 이렇게 흘러왔어요. 한두명 총맞으니 으아 몰려가 점령한게 아니란 말입니다.
90년대를 지나며 학생운동은 몰락합니다. 왜?
정권이 빨갱이로 몰아서? 어차피 80년대에도 빨갱이였잖아요.
결정적으로 "일반 대중" 이, "일반 학생" 들이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촛불집회. 02년 미선이 효순이, 04년 탄핵정국,
08년 70만명, 2016년 어제 100만명이 거리로 나옵니다.
여기까지 "15년" 걸렸습니다. 굼벵이같죠.
그래도 양적으로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엘리트 운동세력" 이 아니라, "일반 대중" 이 민주주의에 입문하고 배워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느리죠.
질적으로도 다릅니다.
체질이 바뀐다는 느낌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은 정치에 관심 없다고 손가락질 받습니다만, 불합리함을 몸으로 느낄 줄 압니다.
선배들이 피흘리고 싸워준 덕분에, 그 선배들을 부모로, 선생님으로, 이웃하며 자라난 덕분이죠.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선전도구와, 믿음직한 언론인도 있습니다.
지독하게 학습하고 투쟁하고 패배의 쓴맛을 겪은 선배들은 야당에 시민사회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학은 죽었지만 사실 청년들이 죽은 건 아니에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시작도 대학생이 포문을 열지 않았습니까?
그 대학생들 광우병 촛불시위 때, 노무현 대통령 속수무책으로 당할 때, 초등학생 중학생이었습니다. 세월호 세대기도 하고요.
성과없었다던 비폭력저항의 그 몸부림들을 보고, 민주주의를 체득한 세대입니다. 보고 어른들이 배웁니다.
세월호 때 당하기만 했다지만, 그 모습을 지켜본 어린이들은 이제 광화문에서 발언하고 박수도 받습니다.
싹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전 어릴때 대통령 욕하는 애들 구경도 못했습니다.
선생한테 PVC나 야구빠따로 두들겨 맞고도 그런가보다 했는데 하물며 국가권력을...
그네가 자초한 것도 있지만 수십년 단단했던 박정희 신화도 금이가고
권력자의 추악한 민낯을 이제 TV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갓난아기에서 청소년 노인까지 거리로 나와요.
다른 점이라면, 전엔 말 한마디 하려다 총에 맞았지만
지금은 신나게 놀면서 노래부르고 춤추면서 하고싶은말을 다 하고있다는 점입니다. 광장에서 학습하고요.
재밌으면 또 오고 더 오고...
이래도 성과가 없는 건가요?
물리적으로 청와대 가까이 가는게 성과입니까? 박근혜가 "어 가까이 왔으니 관둬야겠네.. 광화문서 막혀있으면 안할랬는데" 할테니까?
어제 집회를 생중계로 봤습니다. 와... 거의 울었어요. 웃다가 울다가.
외국 친구들한테 자랑했습니다. 토론도 하고 페이스북에도 올리고 기뻤습니다. 밤새 외신에 레딧에...
겨울이고, 큰건 한번 했고, 매번 지방에서 올라오기도 힘들어 좀 줄긴 하겠지만
하야 안해도 기세는 잡은겁니다. 국내 국외로 이미 영향력 잃었어요. 08년이랑 다릅니다.
만일 이런 온건집회에 최루탄 쏘고 애들한테 물대포 쏜다면... 그땐 이런 논쟁도 필요없습니다.
코앞의 적, 막혀있는 몇가지 사안만 보면 답답할 수 있습니다.
긴 기간의 커다란 움직임을 보면 나름 괜찮단 생각입니다.
전 남은 1년을 기대하는 편이에요. 하야 하면 좋지만. 하야 안해도 파내고 말려죽이고 대선 탄탄하게 이기고.
제가 좀 낙관적이죠. 어제 시위를 보고서도 비관적이면 언제 낙관적이야 하나요.
이래저래 말이 많았습니다.
호흡을 길게 가졌으면 좋겠어요.
다시 말하지만 과격시위가 답이라고 생각이 들면 하세요.
싫다는 사람 안 엮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