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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 소설> 차이와 다름을 초월하는 것
게시물ID : lovestory_78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로키.
추천 : 2
조회수 : 4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05 23: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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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우리의 시작점은 같았다. 
 우리 둘 모두 낑낑거리며 힘겹게 각자의 어미의 젖을 빨았고, 같이 장난치면서 말이다. 그땐 우리 모두 아주 작았다.
 
 나는 그가 나와 같은 존재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나자, 그는 어느새 내가 쉽게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내 시야에 그의 몸 일부만 보일 정도로 크게 자라났다. 
 내가 성장을 못한 탓일까? 우린 정말 다른 존재였던 것일까? 나는 잠시 어린 시절을 되새겨 보았다. 나의 부모님과 그의 부모님은 지금의 우리만큼 차이가 났었다. 그때의 나는 그게 부모들만의 차이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을 구별하던 차이는 어느새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나는 내 꼬리만큼 주눅든 몰골로 어머니에게 가서 물었다.
 “엄마. 우리는 정말 다른 걸까요? 아무리 따라가려 해도 도무지 녀석을 따라잡지 못할 것 같아요. 이젠 그가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걸요.”
 어머니는 본인의 머리로 푹 숙여진 내 꼬리를 치켜세웠다.
 “그래. 너희는 분명 달라.”
 나는 이번에 고개를 푹 떨구었다.
 “정말 그런 걸까요? 제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요? 이제 사료도 많이 먹고 자주 움직이고……”
 어머니는 내 목덜미를 살짝 핥으시며, 내 말을 끊었다.
 “조금 더 커질 수 있겠지.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 우리 가족들 중에 누구도 그 아이처럼 클 순 없단다.”
 “그래도… 걘 제 둘도 없는 친구라고요…….”
 나는 어머니 곁에 엎드려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미소를 지으셨다.
 “그럼 뭐가 문제지?”
 “예?”
 “그 아이를 시기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지만, 언젠간 녀석의 속도를 못 쫓아가지 않을까요? 걔는 긴 다리를 가졌으니까 저 따위는 우습게보고 지나쳐버리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했다면 진즉 널 제쳤겠지.”
 “아……!”
 
 그제야 나는 힘겹게 그를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녀석은 언제나 내 발걸음에 맞춰서 걸어주었던 것이다. 그의 마음이 내게 전해지자.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나 나가서 놀다 올게요!”
 “멀리 가진 말고. 비가 온지 얼마 안돼서 땅이 질어!”
 
 어머니의 당부를 뒤로한 채 난 녀석을 찾아갔다. 늘 맡았던 그 냄새를 따라, 어느새 나는 그의 옆에 도달했다.
 “너 하루 종일 어디 있었냐!? 찾아다녔잖아!”
 녀석은 화를 내고 있지만, 그의 꼬리는 열심히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그 꼬리를 보고 있자, 그는 민망한지 꼬리를 멈췄다.
 “으……. 절대 반가워서 그런 거 아냐! 아무튼. 뒤로 가자. 이 앞은 진흙 밭이라 놀기 힘들어.”
 “난 괜찮아. 저 넘어 까지 가야 우리가 숨겨놨던 공을 찾을 수 있잖아. 빨리 가자!”
 나는 방긋 웃으며 발걸음을 내달았다. 그의 말대로 땅은 진흙 밭이었고, 내 가슴팍까지 흙이 묻었지만,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았다. 녀석과 함께 있으니 재밌기만 할 뿐이다.
 나무 밑에 숨겨놓은 공으로 한참을 놀은 후에야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진흙에 엉망이 된 내 모습을 보자, 주인님은 나를 보고 깔깔거리고 웃으며 사진을 찍으셨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고 하면 다리가 찢어진 다더니… 푸하하. 저 멍청한 녀석 하하하…”

<짤 원 제목 : 발목까지 온대매 개갞이야. 출처 : 루리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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