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가다가 여기저기
고개 돌려 살펴보고는 하나 둘
주워 모은 것이 바지게로 하나 가득.
앞 서 가는 스님 바랑은 홀쭉한 망태인데
보살님 바지게는 무언가로 하나 가득
배가 불뚝 속은 것이 참 가관이다.
스님이 묻기를 보살님은 무얼
힘들게 많이 등에지고 고생 하는가
좀 더 가다보면 부질없음을 알 것이요.
보살님 짐 벗어서 이웃에게 나눠주고
가벼운 걸음으로 함께 예기나 합시다.
등에 진 그것들 모두 비우고 나면
지금 걷는 걸음 가뿐 할 것이고
남은 길은 더욱 쉬울 것이요.
이생에서 이웃과 나누고 나면
내세는 더 편안할 것이요.
눈에 보인다고 저렇게도 많이 모우더니
등에 진 짐 무겁고 힘겹다고 하는 구려.
보살님이시여 눈으로만 보려 하지 말고
가슴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시길 바라오.
세상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고 하니 물질은
이웃들과 나누어서 더 많은 기쁨 얻기 바라오.
누군가 말하기를 많이 모운 손이 고운 손인가
많이 나눈 손이 고운 손인가 하고 물었다더군요.
보살님이 앞에서 빈 바랑을 지고 가는 스님에게 묻기를
스님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그렇게 가는 길이요라고 물었더니
전생에서 이승을 지나 저 세상으로 가는 길이요라고 답했답니다.
누구나 꼭 한 번을 가는 길이고 누구나 이렇게 스쳐가는 길인데
스님은 알고 가는 길이고 보살님은 모르면서 서둘러 가는 것이 다르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언제라도 알고 가는 길은 행복한 길이고
아무 것도 모르고 가는 길은 늘 마음이 편치 않다고들 합니다.
마음도 편하고 가는 길도 편하려면 등에 진 짐 가볍게 내려놓고 빈손으로 가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