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이후 -도종환-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살기 힘든 세상에서 위로가 될만한 글 한 번 올려봤습니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고민이 되는 날이 있습니다.
어쩌면 힘든 상황에서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 아닐까?
어쩌면 포기하지 말라는 말마저 폭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힘든 세상입니다.
이런 시 하나라도 힘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그리고 '할 수 있어.' , '견뎌내.' , '참아내' 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묵묵히 앉아서 손 잡아주는 사람, '잘 안되도 괜찮아.' 라고 진심으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기를 빌어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