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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발같은 교수의 기개와 한국 지식사회의 이중성
게시물ID : sisa_748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리트
추천 : 9
조회수 : 58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9/09/12 12:46:06
서릿발같은 교수의 기개와 한국 지식사회의 이중성

2006년 7월 28일이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중복게재문제로 한창 정국이 시끄럽던 한복판이었다. 프레시안에 다음과 같은 기고문(전문링크)이 올라왔다.

"아카데미아의 좀비들은 추방돼야 한다"
[기고] 최근의 표절 사태와 '베끼면서 성장한' 우리 학문 풍토


김영민교수 (사진출처: 교수신문)

김영민 당시 한일장신대 교수의 서릿발같은 기개가 담긴 기고이다. 자신의 정치적 취향과 상관없이 이 교수의 기고문을 한번씩 정독해 보시기 바란다. 이 양반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보수성향의 속세에 찌든 학자가 아니다. 진보성향의 투철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혹시 몰라 이분이 교수신문에 기고한 '제주 반풍경론' 링크를 달아논다. 읽어 보시면 어떤 분인지 감이 잡히실 거다.

3년도 훌쩍 넘은 당시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자기표절에 의한 논문 중복게재로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보수와 진보 양진영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고 있던 시기이기도 하고.

그 당시 소위 먹물을 먹었다는 사람치고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자기표절 문제에 한마디씩 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김영민 교수도 예외는 아니었고...

자기표절은 일체 고려의 여지도 없는 학자로서는 쓰레기 취급을 받아도 그만인 일이라는 거다. 더불어 이런 인물이 교육부총리라니 말도 안된다는 얘기와 함께....

김영민 당시 한일장신대 교수의 기고문 마지막 문단을 인용해 보자.

[내용이 좀 부실하거나 엉성한 논문을 쓰는 학자는 부실하거나 엉성한 학자다. 그러나 표절한 논문의 저자는 이미 학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며, 마찬가지로 그 글은 논문도 무엇도 아니다. 실로 그것은 똥 닦아 버린 호박잎 보다 못한 것이다. 그는 단번에 퇴출되어야 하며, 영원히 돌아올 수 없어야 한다. 우리의 정신문화적 세계 전체를 혼동과 타락의 사슬로 엮어놓은 식민성과 권위주의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제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대체 언제나 제 글을 쓰고 제 말을 할 것인가?' - 김영민

저 글을 읽으면서 김영민교수의 서릿발같은 학자로서의 기개가 느껴지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런 입장은 김영민교수만 특별났던 건 아니고....

브릭이라고 국내외 소장학자들이 자주 찾는 곳 역시 김병준 교육부총리에 대한 서슬 퍼런 비판 글이 몇개 있었다. 심지어 만해와 전태일까지 들먹이며 시대를 초월해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는 발언까지 나왔었다.


그런데 오늘 그 브릭에 인상적인 글이 하나 올라왔다.

자기표절 (Self-plagiarism) (원문링크)

자기표절의 경우 다른 3대 연구 부정행위인 '날조/위조 (fabrication)', '조작/변조 (falsification)', 그리고 남의 것을 가져다 쓰는 '표절 (plagiarism)'과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브릭에서 이런 주장의 흐름이 특별한 건 아니고.. 이미 몇몇 글에 달린 브릭의 일부 의견은 다음과 같다.


대개 이번 정운찬 총리내정자의 문제점을 브릭에서 얘기하는 것 조차 의아하다는 반응인 것 같다. 더불어 몇가지 전제를 달아서 문제 삼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도 하고... 잘난 사람 흠집내서 망치려한다는 말도 나오고....


한국에서는 학자란 예전 선비의 풍모를 닮은 이미지인가 보다. 한점 부끄러움 없는 올곧은 가치관으로 일절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그런 삶의 모습말이다. 참 부럽기도 하고 쉽지도 않은 삶의 모습이렸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학자들과 지식인들은 그런 올곧은 기상을 때에 따라, 정부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모양이다.

어떤 경우에는 뻔뻔하다며 당연히 이들의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행동들을 비난해야 한다고하고, 영원히 돌아올 수 없게 퇴출되어야 한다고도 하다가....

바뀐거라고 3년 사이에 집권 세력밖에 없는데... 이제는 왜 이분(?) 얘기를 여기서 해야하는지도 어리둥절해 하는 지경이 되었다. 문제 삼을 필요도 없고... 그저 좀 얄미운 정도의 일이 된 모양이다.


물론 이 정도로 뻔뻔해진 경우보다는 낫지만 정운찬교수나 이명박정부를 비난하지 않는 이유가 하도 기가막혀서라는 변명도 나오고 있는 판국이니 옆에서 보기에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러니까 DJ와 노무현정부시절은 적당히 기가막혀서 시간도 내서 비난 포스팅도 올리고 자료도 찾아 비판도 했지만,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너무나 기가막혀서 아예 할 말을 잃었고 더불어 일체 그에 관한 글도 안쓴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김병준교수는 "아주 심했다"는 말은 잊지 않는다. 반면에 정운찬교수를 포함한 잘못을 한 무리들에 대해서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과거의 잘못에 대해 이해해 줄 수는 있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필자는 김병준교수나 정운찬교수에 대한 평가는 한결같다. 80년대나 90년대... 우리 학계가 그렇게 반듯한 모양새는 아니었다. 물론 극복해야할 과거의 어두운 면이고 그들의 처신 역시 옹호해 줄 하등의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양반 모두 교육부총리나 총리 역할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다. 그들은 꾸준히 정치적 성향이 강한 교수들이었고 적어도 그 정도 인물도 쉽게 찾기 어려울거라는 입장이다. 일 맡겨 놓으면 평균 이상은 할 사람들이다.

예전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필자의 이런 가치관이 정말 세속적이고 한심하다는 평을 들었었다. 그때는 필자 주변에서 목소리를 높여 필자를 비난하며 필자를 포함해서 김병준교수에게 동정여론을 보내던 개혁지지자들의 일관적이지 못한 태도(?)를 지적한 양반들이 정말 대쪽같은 가치관의 소유자들이라고 생각했다. 필자는 참 너덜너덜한 가치관의 세속적 인물이고 말이다.

이제 한때 그렇게 푸르던 기상들이 필자같은 소시민의 너덜너덜한 가치관과 동급으로 내려왔으니 한편 반갑지 않은 건 아니나 그 3년의 세월동안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원래는 3년전에도 그들 역시 속마음에는 필자같은 세속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었는데 겉으로만 선비의 기개를 표방했던 건지... 필자는 그게 잘 이해가 안된다.

혹자는 자신의 가치관은 여전하지만 단지 달라진 건 약간의 게을러짐에 불과하다고 하는 이도 있다. 또는 자신은 원래 그렇게 푸르던 기상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오해했다고도 한다.

그들이 그렇다고 주장을 한다면.. 그런거겠지...

김병준 교수와 노무현 정부만 불쌍하게 된 것 같다... 더불어 지식인 사회나 공직사 사회 어느 곳에서도 3년이란 간격을 두고 벌어지는 이런 이중잣대 잔치에 아무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 같고 말이다. 도대체 일말의 부끄러움 조차 느끼지 못하는 그들이 정말 부럽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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