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솔직히 관심도 없었으면 이 글을 클릭하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클릭 좀 해줬으면 좋겠어.
형아가(아님 오빠가) 국민총궐기 1차부터 4차까지 꿋꿋이 개근한 선배니까 그냥 이런 컨셉으로 글 쓸게, 괜찮지?
우리들 모두 글 길면 스크롤 내려버리잖아. 그러니까 최대한 짧게 말해줄께.
요새, 필리버스터라는 축제가 있잖아? 근데 이걸로는 절대로 우리나라 좋게 못만들어.
왜냐하면 필리버스터는 힘이 없는 사람들이, 힘이 있는 사람들한테 좀 자기들한테 눈길 좀 달라고 소리만 지르는 거거든.
그럼 힘 있는 사람들이 누구게?
바로 너야. 사랑하는 후배야.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권이 얼마나 큰 힘이....됐다. 뭘 어렵게 이런걸 설명하냐. 이미 다 알겠지.
그러니까, 네가 필리버스터를 좋아하기만 하면, 지금까지 국회에서 힘들게 토론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력을 전부 다 똥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그렇다고, 막,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이땅과 조국 통일을 위해 이 맘과 몸을 바쳐서 피를 불사르자!
같은 소리는 아니야.
그냥 내일 총궐기 가서 바람 좀 쐬다 와. 민주노총 아저씨들 구닥다리 패션에 웃어주기도 하고, 가끔씩 구호나 재미로 같이 외쳐주기만 해도 끝이야.
뭐가 더 필요하겠니. 솔직히 이불밖은 위험하긴 한데, 내일 한 번쯤 밖에 나간다고 운석같은 거 안 떨어져.
형이 책일질께.
꼭 와. 그러니까 준비물 알려줄께.
준비물
1. 서울시청 광장에 도착하면 화장실이 엄청 붐빌거야. 니가 방금 상상한거에 한 20배쯤. 그러니까 전 역이나 전전 역에서 볼일은 해결하면 편해.
2. 생수 작은 거 두병, 아니면 큰거 한병정도 필요해. 목마르면 뭐 살 곳이 별로 없어. 그리고 찾았다 해도 이미 거긴 초토화 되어서 텅 비어있을 거야.
-그리고 혹시나 나쁜놈들이 캡사이신 쏘면 씻을 물이 될 수가 있어.
3. 에너지 바 여러개나, 빵 여러개. 아니면 초콜릿도 좋아. 분명 저녁밥 먹을 시간이 겹칠 거야. 그러니까 간단한 요기거리는 꼭 필요해.
4. 신문. 깔고 앉을 거.
-아 그리고 너희들, 꼭 신문 깔고 앉거나, 먹을 거 먹고 쓰레기 놔두고 가지 말고 꼭 가져가. 그런 의미에서 쓰레기 봉투 삼아 쓸 봉투 하나 챙겨.
5. 일회용 우비. 이건 정말 혹시 몰라서 챙기는 거야. 왜 챙기는 지는 말 안해도 알지?
-아, 그리고 물안경도 있으면 챙겨와.
6. 단단히 껴입고 와. 내복도 입고. 어제부터 눈오더라. 하늘도 참...
-그리고 사진 많이 찍히니까 이쁘게 하고와.ㅋㅋㅋ
7.혹시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스마트폰으로 졸라 찍어. 나중에 딴 소리 못하게.
8.아, 가서 고함도 맘껏 지르고 스트레스도 풀어.
-특히 행진 중에 경찰아저씨들이 교통 통제 때문에 막거나 일리 있는 이유를 들면서 길을 막으면
경찰아저씨한테 막는 이유를 사람들에게 소리 높여 외치라고 말해. 안말하잖아? 말하라고 소리질러.
그건 당연히 경찰이 해야할 의무야.
여기까지야.
짧게 쓴다고 썼는데, 길어졌네. 나도 꼰대가 됐나봐.
막 내일 오유사람들끼리 모여서, 오징어연합단 같은 거 만들어서 놀고 싶은데
형이 너무 잘생겨서 안될 것 같아.
아무튼 내일 바람 한 번 쐬고 오자. 알겠지? 응?
사랑해♥
-후배위하는 선배가
p.s : 아, 선배 부탁 좀 들어줄래? 이 글 좀 관심 없는 애들도 볼 수 있게 베오베로 좀 보내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