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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단편] 계피
게시물ID : pony_654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웨얼울프
추천 : 12
조회수 : 60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4/18 02:41:34

Derpy Hooves.jpg



"넌 언제나 나에게 미소를 지어줬어."

그녀가 두 앞발로 계피향이 피어오르는 그것을 잡은채 말하기 시작했다. 캐럿 탑은 그런 그녀를 묵묵히 바라보고있을 뿐이였다. 아무도 그녀의 말을 자르지 않았다.

"처음 널 만났을 때, 난 다름아닌 너의 품이였어. 모든 게 어수룩한 난 멍청하게 너에게 넘어졌던거야. 난 너가 짜증을 부릴 줄 알았어."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그치만, 넌 그러지 않았어. 나의 바보같은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지으며 인사했어. 넌 그 날 처음으로 나에게 선물을 준거야."

그 말에 캐럿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따듯한 말이였다. 회색 페가수스는 숨을 고르고 다시 용기를 내어 말을 시작했다.


"다시 널 만났을 땐 난 너의 머핀을 들고있을 때 였어. 바보같은 나라도 머핀이 맛있다는 건 알았으니까. 하지만, 너의 머핀인 줄 모른 채 가게에 막 나온 따끈한 걸 한입 베어물었어. 무엇보다 행복했어. 친근하면서 멀게 느껴지는 향이였거든. 마냥 행복해할 때 넌 날 묵묵히 쳐다볼 뿐이였어. 난 너가 한심하다고 생각할 줄 알았어"

그녀는 두 앞발로 꼭 쥐고있던 머핀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그치만 넌 그러지 않았어... 넌 똑같이 미소지으며 말해줬어. 고맙다구.. 너가 좋아하는 향을 좋아해줘서. 넌 그 날 처음 나에게 좋아하는 걸 말해줬어."


행복한 페가수스의 말은 달콤했다. 그녀가 들고있는 머핀의 계피향이 그 포니와 그 포니의 사이에 은은하게 흘렀다. 캐럿은 내심 뿌듯했다. 바보같았던 페가수스가 이렇게 까지 용기를 낸 건 처음 보았다. 캐럿은 맘 속으로 더피를 응원했다. 그녀는 절로나는 눈물을 앞발로 훔쳤다.



"다시 널 만난 건 다시 슈가큐브 코너였어. 먹음직스런 빵 모양 가게에서 넌 언제나 제일 먼저 구워진 달콤하고 진한 계피향을 한입 가득 베어물며 나왔어. 어떻게 알았냐구? 언제나 너에겐 계피향이 나니까. 늘 바라보고 있었어..."

더피는 잠시 아무말 하지않았다. 그녀에겐 소중한 추억이 은은하게 머릿 속에 퍼져나가듯이 그녀는 하나 하나를 발굽으로 짚으며 진한 즐거움을 음미했다. 아름답고 즐거운 기분... 지금도 퍼져나오는 먹음직스런 계피향과 같은 향기가 났다. 캐럿이 그렇게 생각할 쯤 더피는 다시 말을 이었다.

"바보같은 표정으로 난 너에게 또 부딪쳤어. 흩날리는 편지의 꽃잎 속에서 우리 둘은 또 그렇게 인사했어. 난 너가 떨어져버린 머핀을 보고 찡그릴 줄 알았어."

그때의 그걸 기억하며 더피가 말했다.

"하지만, 넌 말했어. 편지왔네요. 그 날 난 처음 너에게 편지를 배달했어."


더피는 그의 앞발에 꼬옥 머핀을 쥐어주었다. 제 주인을 찾은냥.. 당연하다는 냥 계피향 머핀은 더욱더 힘차게 향기를 뿜었다. 처음 연하게 풍겨온 향은 더욱더 먹음직스러워졌다. 여기 이 장소가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기분이였다. 카라멜처럼 진한 갈색으로.. 그리고 향에 매료될수록 더피의 아름다운 추억은 조금씩 더 진해져만갔다. 둘은 행복해보였다. 아름다운 추억을 속삭이며, 굳게 마음먹은 페가수스는... 바보같은 얼굴에 어울리지않게 아름답고 빛나는 말을 자아냈다. 칙칙한 회색덕분에 빛나는 그녀의 금발 갈키는 그 날 따라 더 아름답게 보였고 수줍게 파닥거리는 두 날개는 더욱더 그녀의 진심을 말했다. 갈색의 향기 속에서 헤엄치듯이 날아다니는 요정같이.



"처음 우리가 데이트하던 날. 멍청한 난 너가 날 수 없단 걸 잊어버렸어. 난 그저 신이 난 채 벼랑까지 널 붙잡고 달렸어. 펄럭거리는 내 날개처럼 넌 두 앞발을 나에게 의지한채 뒷발을 요란하게 펄럭거렸어. 난 고함치고 또 고함쳤어... 난 그 날 너에게 너무 미안했어."

그의 앞발에 놓여진 머핀을 사랑스럽듯이 문지르며 더피는 말을 이었다.

"그치만 넌 아니였어. 넌 다시 한번 더 고함쳤어. '원더볼트처럼 달려요!' 라고... 그 날 난 처음 나에게 화내지않는 포니와 하늘을 날았어."

그녀는 두 앞발을 그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쓰다듬었다. 그가 좋아하는 계피와 비슷한 그윽한 갈색 품은 넓고도 듬직했다. 그녀는 포근하고 의지될 것 같은 그의 품에 그때를 생각하며 턱을 괴었다. 무엇보다 포근해보였다. 그러나, 캐럿은 달랐다. 그녀의 두 눈엔 용기를 한껏 채우고 말하는 페가수스의 가냘프게 떨리는 날개가 보였다. 캐럿은 조심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추억 속을 기분좋게 날던 더피는 떨리는 입을 꽉 물은채 올라오는 그것을 꾹 삼키고있었다. 그녀는 두 눈을 꾹 감았다. 더이상 입을 열었다간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바보같은 더피는.. 사랑받던 더피는.. 용기를 낸 페가수스는 입을 꽉 물어버린 채 마음 속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녀와 그가 둘이서 처음 사랑을 속삭이던 날.. 그는 말했다. 계피향이 싫지않냐구. 그러자 더피는 오묘한 미소에서 양뺨을 부풀리듯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계피엔 익숙한 냄새가 난다구. 듬직하구 사랑스런... 냄새가.









부들거리며 떨리는 그녀의 등을 어루만져주며 캐럿은 더피의 곁을 지켜주었다. 바보같은 더피.. 멍청한 눈을 가진 더피... 하지만, 달콤한 향에 빠져버린 채 사랑에 감싸인 바보만큼 행복한 것은 없었다. 계피향이 그것을 말해주듯 은은하게 방을 채워나갔다. 캐럿은 사랑받던 포니에서 사랑주던 포니를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평온하게 두 눈을 감고있었다. 행복해보였다. 누구보다도.. 캐럿은 친구의 슬픔을 같이 슬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차마 그녀와 함께 눈물을 흘려줄 순 없었다. 캐럿은 앞발로 가녀리게 떨리는 날개 밑을 달래듯이 어루만지며 더피에게 말했다.


"더피... 이제 보내줄 때야."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그 말을 잇지못했다. 침묵 속엔 아무것도 있지않았다. 부들 부들 떨리던 두 날개가 멈출때 까지... 달콤한 향기 속에서 헤엄치던 포니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사랑하던 그에게 하고싶은 말을 이었다.

"침대 위에.... 누워있을 때 기억나? 고통 속에 꿈틀거리던 때.... 난 너에게 아이가 생겼다고 말했어... 난 기뻐하는 너가 다시 일어날 줄 알았어..."

이를 꽉 물던 그녀는 참고 삼켰던 그것을 결국 참다못해 흘려버렸다. 애석하고 따듯한 그것에 흘러넘쳤다. 눈을 꼭 감은채 그녀는 힘을 내며 말했다.

"하지만..."

"...."

"하지만 넌 그러지 못했어."

계피향으로만 채워졌던 침묵은 이제 흐느낌으로 채워져갔다.



























"캐럿, 왜 엄마는 머핀을 좋아해요?"

어린 딩기가 캐럿에게 물었다. 그러자 캐럿은 익살스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너희 엄마는 머핀밖에 모르는 바보니까."

캐럿의 말에 딩기는 호기심어린 두 눈으로 오븐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향을 음미했다. 그러다 캐럿에게 물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게 뭐라구 하셨죠?"

"계.피"

"왜요?"

"딩기, 캐럿 이모가 말해줬을텐데?"

캐럿 탑은 딩기와 코를 맞대고 비비며 말하자 딩기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알아요! 계피향이 절 선물해줬으니까요!"

딩기가 미소지으며 말하자. 뒤에서 듣고있던 바보 포니가 말했다.

"그리고 바보를 행복하게 해주지."

엄마의 목소리에 딩기는 방방 뛰며 엄마에게 안겼다. 따뜻한 아이의 몸에서 그리운 향과 촉감이 전해진다. 더피는 깊게 생각에 빠진채 아이를 뺨으로 어루만졌다. 그러다 속삭였다.

"딩기, 고마워."

"뭐.가.요?"

가느다란 속삭임 속에 딩기는 장난끼넘치게 더피의 귓가에 속삭이듯이 물었다. 그러자 더피는 바보같은 두 눈으로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표정을 만들며 말했다.

"나에게 와줘서."

세 마리 가족 곁에 오븐 속에 피어오르는 계피향이 채워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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