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사고 총정리?]
- 2014.04.16.
하필이면 사고 해역이 내가 군 생활을 했던 곳이고 자료들을 살펴보다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 글을 적어본다.
1. 진도에서 사고가 터졌다고?
인천에서 제주도까지 여객선을 타고 가면 통상 1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 만큼 자동차에 비하여 속력이 느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건 단순히 속력이 느려서가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 항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예를 들어 인천에서 출항하여 먼 바다로 나가서 한참을 직진하여 내려오면 흑산도가 나온다. 이 배는 흑산도를 지나 쭉 직진을 하다가 제주도 북서 쪽에서 변침하여 제주항으로 들어오는 코스다. 이 항로는 정부가 안전항해를 위하여 설정한 것으로서 일종의 "해상교통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배는 진도에서 사고가 터졌다. 그러면 그 지점이 어디냐? 그 곳은 바로 목포-제주도 항로다. 기사에 의하면 15NM(대략 30분 정도)의 거리를 아끼려고 이 짓을 했다는데 그러면 흑산도를 지나서 진도 방향으로 변침을 했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 해역은 섬이 워낙에 많고 특히, 한반도에서 가장 물살이 센 곳인 명랑수로(이순신 장군이 300척으로 싸웠다는)가 근처에 있다! 그래서 그 해역을 지나는 모든 선박들은 초긴장 상태로 다니는 곳이다.
2. 항해사는 뭐했나?
이런 사고가 발생한 계기에는 "자동 항해 모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좌표 찍어 놓고서 선박이 알아서 항해하도록 냅두면서 당직을 태만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항해사는 사고 시 책임이 조금 덜(!) 하다. 물론, 수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비상 이함에 있어서 우왕좌왕 했던 점은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3. 기관사는 뭐했나?
자. 항해 중에 선체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더 많이 지는가? 바로 기관사다. 그 이유는 갑판사가 하는 업무를 기관사가 하기 때문이다.(갑판사가 있는 배들도 있지만 안전에 대한 문제는 기관사 책임이다.)
흔히 기관사는 기관의 운전을 담당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선박의 출/입항 시 속력을 조정하고(결국에는 항해사가 하지만 기관사가 신호를 보내야 한다.) 이번 건과 같이 침수 사고가 발생하면 비상 이함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다.
침수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사고가 발생한 곳의 상황을 확인한 후에 조타실(함교)에 사고가 발생했음을 통지해야 한다. 이후 해수가 유입되고 있는 출입문(해치)을 닫고(거의 기관실이다.) 선장이 지시하고 기관장이 실무 책임을 맡아서 비상 이함을 실시하여야 한다.
비상 이함 시에는 IMO 규정에 의거한 방식으로 진행하여야 하며 무리하게 진행하면 선체가 한 쪽으로 쏠려서 뒤집히는 불상사(이번과 같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침착하고 신속하게 대피를 시켜야 한다.
그런데 어떤 분은 "구명조끼 입혀서 물에 빠트렸으니 살린거 아니냐?" 라고 하는데 이건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 해야 하며 아무리 조난상황이 긴급하다고 할지라도 이걸 강행하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구명조끼를 입히는 것이 우선이지만 기관사들이 가장 신속하게 했어야 하는 것은 비상 이함용 구명보트를 이용하여 승객들을 모두 안전하게 대피시켰어야 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절차를 전혀 무시한 채 우왕좌왕 했으니 이 분들 "기초안전교육"은 제대로 받으셨고 "출항 시 비상 이함 훈련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계셨는지 의문이다.
4. 대타 선장이라고?
시간이 좀 지나니 소위 "대타 선장"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이 문제는 중요하다면 중요할 수도 있고 아니라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선장이 유고 시에는 1항사(선장 밑 항해사)가 수행한다는 점에 있어서 대타 선장을 쓴 것에 대해서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5. 대체 사고 원인이 뭐야?
여러가지 "설"이 존재하기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선체피로에 의한 파공"이 가장 유력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이미 선박이 건조된 지 20년이 지났고(일본에서는 20년 했으면 바로 폐선한다.) 아무리 정기 안전검사에 통과했다고 할지라도 안전에 있어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뉴스 기사에 의하면 정기 안전검사에서 작은 파공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이 경우에 심하지 않아서 조건부로 허가를 받았다면 통과가 되었을 수도 있다. 만약에 그렇다면 파공을 메우기 위하여 용접 작업을 했을 텐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만약에 용접 작업을 실시한 이후에 무리하게 선박을 운항했다면 용접부에 균열이 생겨 파공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진짜로 용접을 했다면 내가 봐서는 100%다.
그리고 당시 사고 해역에서 암초는 없다고 이미 국립해양조사원이 밝혔으나 권장 항로가 아닌 사고 해역 쪽으로 이동 중에 암초가 있어서 긁혔다면 수압에 의해서 더 커질 수도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6. 실종자가 살아 있을 가능성?
없다. 사실, 나도 군생활 하면서 해상 구조 작전에도 참여해봤지만 이미 배가 뒤집혀있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주변에서 실종자 수색을 진행하는 중에 거제도에서 출항한 크레인이 현장으로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크레인이 도착하면 유가족들을 설득하여 실종자 수색 작업을 중단하고 선체 인양을 진행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걸 받아들일 수나 있나...
7. 덧.
나도 이거 씨부리는거 힘든데... 좀만 더 얘기 해야겠다. 해군에서 상당히 많은 함정을 투입해서 수색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 좀 솔직해지자.
DDH, PKG 빼면 참여한 함정 중에 사고 선박보다 더 나이가 어린게 몇 대나 되냐??? ㅋㅋㅋㅋㅋ
참으로 착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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