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경]교육관
참회관의 교육이 온통 외우는 것이었다면, 교육관의 교육은 움직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에게 듣기로는 각자의 특성에 맞춰서 교육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내 능력은 움직이는 쪽에 특화된 것 같다. 그래서 그도 행정보다는 현장이 어울린다고 이야기한 듯싶다.
몸이 많이 피곤하지만, 생활하는 것은 참회관에 비해서 훨씬 편한 점이 많았다. 특히 참회관에서 가장 답답하게 느껴졌던 감옥 같은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3인 1일로 생활한다는 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대화할 사람이 생기다니. 드디어 독방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교육관에서 배정받은 방에는 이미 두 명의 여자아이가 생활하고 있었다. 사회에 있었으면 고등학생과 중학생쯤 돼 보였다. 둘의 표정이 달갑지 않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아니면 낯가림이 심한 편인걸까? 불편해하는 걸 억지로 친한척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달동안 타인과의 대화가 단절된 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그녀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피부와 와 닿지 않았다.
“반가워! 정말 얼마 만에 제대로 된 인사를 해보는지 모르겠어!”
너무 조용한 반응. 한 명은 제대로 언니로 보이는 아이 뒤로 숨어버렸고, 또 한 명은 유난히 뚫어지게 쳐다본다.
“저기? 안녕? 그... 너희도 거기, 참회관을 지나왔으니깐 내 기분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내가 첫 만남에 너무 부담스럽게 굴어도 좀 이해해줄 수 있을까? 같이 지내다 보면 꽤 괜찮은 언니라고 느낄걸?”
횡설수설. 어떻게든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나와 경계하는 그녀들 사이에서 땀이 삐질삐질.
“안녕하세요. 저희도 반갑지 않은 건 아니에요. 단지… 다른 이유로 그래요. 너무 정들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몰라요. 어서 나와서 너도 인사해둬. 아무리 그래도 이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
언니 뒤에 숨어있던 동생은 어설프게 숨긴 몸을 드러냈다.
“죄…송해요. 하지만… 죄송해요.”
그러더니 다시 언니 뒤로 숨어버렸다. 왜? 모야 얘네들? 이상해! 친한 척 한 내가 바보 같아졌어! 얘네들 모야 대체!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요. 저희가 하는 행동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돼도 용서해주세요. 저희도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감정이 정리하지 못했거든요. 그러니깐 아직은...”
그러더니 동생을 데리고 방을 나가버렸다. 하? 하하… 모야… 여기서도? 맙소사…
“이번에 새로 온 애 있잖아.”
“굳이 말하지 마. 나도 알고 있어.”
“애가 참 안 됐다.”
“그만. 교육시간 때 누가 떠들죠? 그리고 미신에 관한 이야기는 믿어서도, 발설해서도 안 됩니다.”
“거봐. 내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에게 미리 들어뒀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교육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교육, 조별교육, 합동교육으로 나뉜다. 일주일 단위로 진행되는데 오늘이 합동교육을 하는 날. 개인교육은 그렇다 치더라도, 조별교육 때까지 그녀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보지를 못했다. 특히 방안에서 어색하게 감도는 분위기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첫 합동교육.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