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7년을 훌쩍 넘었네요. 하다가 안 했다가.. 지금 보면 오그라드는 똥글 똥댓글 많이 달았지만 결국 찾게되는 곳이라
똥글인줄 알면서 일기나 한편 남겨봅니다.
1991년 생. 올해로 26세. 전이었다면 내 나이를 말할 때 친구들과 같은 나이인 27살이라고 대답했겠지만, 20대 중반을 넘기며 자연스럽게 내가 태어난 년도로 나이를 맞추게 되었다. 한 살 더 먹는 것에 대한 기대감보다 한 살 더 먹도록 이것밖에 못했냐는 질타가 두려워진 것이겠지.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하고 보란듯이 취업해서 독립했던 지난 일들이 마치 신기루인듯, 1년의 짧디 짧은 경력만을 남기고 나는 다시 돌아와버렸다..
퇴직금이라고 받은 목돈은 생애 처음 접하는 주식이라는 새로운 욕망에 타오르듯 사라져버리고, 즐거울 줄만 알았던 백수 생활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
처음 한 것이 많았었다.
처음으로 내 통장에, 내 계좌에 매달 큰 돈이 들어오고, 1년을 꼬박, 아침 6시에 일어나 밤까지 야근을 하고, 공부가 아닌 '내 일'을.. 진짜 일을 했고.
동기들과 클럽에 가서 10만원짜리 양주를 시켜먹어보고, 첫 월급이라고 부모님께 100만원씩 용돈도 드려보고 여름 휴가때는 동기들과 해외 여행을 다녀와 보고, 대출이라는 것을 해보고, 주식으로 하루 2천만원씩도 벌어보고, 똑같이 하루 2천만원씩도 잃으며 밤잠을 설쳐도 보고..
내게 처음 접하는 즐거운 일들, 괴로운 일들에 하루 하루 새로움이 넘쳐나는 날들이었다.
지금, 다시 이 자리에 돌아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을 다니며 보낸 1년은 내게 많은 기억을 남겼다. 한 때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여기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평범한, 그냥 한 때 남들보다 조금 운이 좋았던 사람일 뿐이었다.
그저께는 신촌에 볼일이 있어 공부할 겸 대학 열람실에 들어갔다. 하지만 졸업한 나는 대학 열람실에 들어갈 권한조차 없었다.
더 이상 명문대 학생이 아니었다.
책장에 꽃혀있는 사령장과 신입사원 연수 수료증을 본다.
하지만 나는 이제 대기업 신입사원이 아니다.
나는 그냥 나였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저 이제까지 주어진 하루 하루를 적당히 아둥바둥
내 방식대로 열심히 살던
그냥저냥... 그런 사람이 나다. 나의 현재가 이렇다.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될까
어딜 가서 무엇 하든 한 가지만 다짐한다.
전보다 행복하게 살자.
돈은 더 많이 벌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허울뿐인 대기업이라는 간판도 꼭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일상이 행복하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여름 휴가보다는 '오늘 퇴근 후 삶'이 기대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돈을 많이 벌어 벼락부자가 된다면 좋겠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런 욕심. 이런 생각.
오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