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요양원 및 치매 시설 앞에 노인들을 위한 가짜 버스 정류장이 있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인들이 시설을 뛰쳐나와 길을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노인 요양시설은 한때 알츠하이머를 앓는 입주자들의 실종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미 없어진 옛 집이나 죽은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려고 시설을 뛰쳐나오지만, 치매 증상 때문에 목적을 금방 잊어 길을 잃는 노인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때마다 시설 직원들은 경찰에 신고해 수색해야 했다.
고민하던 시설 측은 지역 간호 협회와 힘을 합쳐 해결책을 강구했고, 이후 버스 운영 회사와 협상해 대중교통 노선에 없는 '가짜 버스 정류장'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 정류장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시설 직원은 "시설을 탈출한 노인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또한 방금 있었던 일도 잊는 노인들이지만 독일 특유의 노란색과 녹색이 섞인 버스 상징은 기억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시설 앞에 가짜 정류장 간판을 설치한 것이다.
시설을 뛰쳐나온 노인들은 일단 눈 앞에 있는 가짜 버스 정류장에 앉게 된다.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에서 마음을 진정시키던 노인들은 5분도 되지 않아 곧 자신들이 왜 그곳에 앉아있는지조차 잊고 만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시설의 직원은 노인에게 다가가 "버스가 늦어지고 있는데, 커피라도 한 잔하는 게 어떻냐"며 권유하고, 결국 노인들은 자신이 뭘 하려 했는지 잊고 시설로 안전하게 돌아가게 된다.
이 가짜 버스 정류장의 효과가 드러나자, 지금은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른 나라로도 설치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