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
송경동
아무도 안 올라오는데 뭐!
며칠 동안 요사채 앞 눈 위에
담배똥을 털었다 보기 싫으면
털장화로 살짝 눈더미를 쓸어 덮어버렸다
사는 내내 그렇게 나는
허물을 살짝살짝 덮으며
기회주의적으로 살아왔다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으면 되지 뭐!
방문턱에 서서 여러군데로
오줌을 방사하기도 했다
총탄 자국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그곳을
아침 일찍 출근하는
처사님이 보지 못하게
눈으로 슬쩍슬쩍 덮어두었다
세상이 한번은 뒤집어져야 한다고 수없이 떠들었는데
그 전에 내 속이 먼저 한번은 뒤집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더러워진 눈을 치우며
내 가슴에도 푹, 삽날 하나 꽂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