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독일을 5대0으로 물리친, 무척이나 센세이셔널한 경기에서 였다.
내가 좋아했던 오웬과 베컴보다 더 눈에 뛰던 약관의 나이쯤 보이는 한선수.
유독 미칠듯이 종횡으로 뛰며 4백을 보호하고
앞선에선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고립되기 전에 공을 받아주러 갔다.
게다가 그는 그경기에서 바운드 된 공을 환상적인 중거리로 연결시킨후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익살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천방지축 아이같은 모습.
그러나 공을 다룰때의 그는 완전히 달랐다.
그의 눈에는 어딘가 모르게 어린나이에도 오만해보이기 까이지 하는 확신감 같은 것이 있었다.
말하자면 '내가 좌지우지 할 수있다'라고 하는 여유와 같은 것.
그에게는 이미 어린 나이에도 프로로써 자신을 지탱하게 하는 확고한 무언가가 자리매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어쩌면 기질적인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는데.
그가 상당히 대범한 사람이라는 것,
또한 무엇을 하더라도 왠지 저런 모습이었을 것 같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낄수 있었다.
녹화방송으로 본 그날의 경기에서 헤트트릭을 한 오웬보다도, 골프 세리머니를 한 헤스키보다도,
더 강렬하게 내 눈에 들어 왔던 4번.
그리고 앞뒤를 가리지않고 경기장을 뛰어다니던 그날의 그의 모습.
그것이 어찌보면 지금 내가 몸으로 느끼는 '박스투박스'의 원형일지도 모른다.
구구절절한 그의 커리어야 콥이라면 하루내 소주를 마시며 얘기할수 있겠지만
오늘은 그가 걸어온 길을 혼자 곱씹어 생각해보고 싶다.
이제는 한클럽의 레전드이자 그를 떼어놓고는 잉글랜드 축구를 논할수 없을 정도로 그는 자신의 길을 개척했지만
그는 항상 '결과'의 세계에 있어서 승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축구선수 이기 이전에 한사람으로서 한곳에 적을 두고 최선을 다해 걸어온 그의 길이
절대 틀리지 않았음을 나는 오늘 확신했다.
눈물을 흘린후 다시 눈을 부릅뜨고서는
경기직후 녹초가 될법한 선수들에게
'이경기는 이걸로 끝이났고 놀위치에서도 똑같이하자'고 독려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방구석에서 혼자 눈물을 흘렸다.
설령 이번시즌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는 내게 있어 최고의 축구선수이고
뿐더러 언제까지나 그 삶의 궤적을 닮고 싶은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