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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하야 요구를 덮어버리려는 음흉한 정치군인들의 그림자
게시물ID : sisa_7804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22
조회수 : 2181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6/11/07 00:30:37
과거의 역사를 돌아다본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거울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그 역사를 들여다 볼 도구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동시에 사람은 망각하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역사는 계속해서 조금씩은 전진해 왔고, 많은 이들이 조금 더 신장된 권리를 누려오는 진보의 길을 걸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때도 많습니다. 

최근, 저와 제 벗님이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마치 87년의 6월을 보는듯한 지금의 상황 속에서 군부가 다시 등장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걱정 때문이긴 했는데, 그때처럼 직접 군을 동원하긴 어렵겠지만 얼마든지 지난 대선처럼 사이버 사령부 등을 이용한 공작은 충분히 가능하고, 나아가 어쩌면 실제로 군 병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조금은 음울한 결론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일단 한국군의 작전권은 미국에 있지만, 적어도 수도를 방어하고 있는 부대는 이 작전권이 전적으로 한국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과 지난 대선에서 보안사의 후신인 기무사가 분명히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된 마당이어서, 이 문제는 우리가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벗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자기 생각을 확실하게 정리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혁명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었으나 군부에 의해 찬탈당한 경험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는 그런 기억이 없고, 나이든 세대들은 그 기억에 의한 공포를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알아야만 정치군인이 다시 도래하는 시대를 막을 수 있다는, 경계심과 약간의 절박함이 담긴 심정입니다. 

사조직 출신을 다시 기무사령관에 기용한 박근혜 정권의 속내
 
우리 군의 가장 최근 악몽은 12.12군사반란과 광주학살입니다보안사령관 전두환 소장이 사조직 하나회 인맥을 가동해 수경사와 특전사까지 총동원육군본부를 점거하고 육참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을 불법 연행한 사건이야말로 하극상의 극치였습니다.

그리고 이 반란의 성공으로 비극의 80년 5.18광주 학살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군의 사조직은 정상적인 통수체계를 문란케 함과 동시에 군의 명예를 시궁창에 처박은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92년 문민정부가 출범하자마자김영삼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하나회를 청소했죠당시 사조직 하나회 소탕은 전 국민적 지지를 받아 김 대통령은 이로 인해 80%가 넘는 국정지지도를 기록했을 정도였고 지금도 인정받는 김영삼의 치적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육사 34기와 43기 사이에서도 알자회라는 두 번째 사조직이 적발되어 이들도 대대적인 징계와 좌천의 불이익을 받았습니다심지어 40기의 경우는 자체결의를 통해 동기회 자격박탈까지 당했을 정도였습니다그때 이후로 알자회 출신들은 꾸준하게 진급과 보직에서 불이익과 견제를 받아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나회의 폐해로 나라가 뒤집혔었던 전례를 생각하면 이들은 즉시 전원 전역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로도 사실 감지덕지해야 합니다엄격한 상명하복의 군 통수체제를 거스르는 사사로운 조직의 결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란의 예비행위라는 점에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행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 들어서 이 문제의 사조직이었던 알자회 출신 장성 조현천 중장이 다른 보직도 아닌 국군기무사령관에 임명되어 2년 넘게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 시국에서 반드시 문제제기를 해야 할 사안입니다.

더구나 조현천 현 기무사령관은 전형적인 대구경북 TK출신인데다 정권실세인 최경환 부총리의 대구고교후배입니다여기에 알자회 출신이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도대체 왜 이런 하자 많은 인사가 이 막중한 자리에 기용되었는지 처음부터 의문입니다.
 
기무사령관은 전임 이명박 정권 때부터 다시 청와대 독대가 행해졌고 군의 모든 동향과 민간정보 수집을 동시에 하고 있는, 중장서열 10위의 막강한 자리입니다. 이러한 3군 통합 기무사령관의 위상과 중요성을 고려하면 지금의 조현천 중장은 누가 봐도 적임자가 아닌 정권안보 차원의 부적절한 기용입니다. 권력의 최고실세들의 속이 구리고 딴 생각을 품지 않고서야 이런 인사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 조현천 중장이 여태까지 진급에서 항상 알자회 출신 전력 때문에 늘 막차를 타거나 홀대받는 신세였다는 점에서 그가 새삼 기무사령관에 기용된 배경은 자세히 따져봐야 합니다설사 개전의 정이 분명하고 개인의 출중한 능력이 인정되어 장군이 되었다고 더라도 야전이나 기타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능력발휘가 가능한 보직이 널리고 널렸는데 하필 기무사령관이라니요. 막말로 조현천 개인의 입장에선 얼마든지 손에 더러운 오물을 묻히는 일을 윗선에서 시키더라도 얼마든지 이를 감수하고 견마지로를 다해야 할 충분한 조건과 동기가 상존하고 있질 않습니까.

더구나 조현천은 지난 대선에서 가장 구린 일을 했었던 사이버 사령부의 수장을 역임했고 그 과정에 직접 간여는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후 내내 이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하는데 나름의 역할이 있었기에 지금의 기무사령관직에 올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더구나 조현천 현 기무사령관의 전임자 이재수 중장과 전전임자인 장경욱 소장이 모두 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질되었던 과정도 구렸습니다당초 박근혜 정권 출범 직후 특별한 정치색이 없었던 실무형 사령관 장경욱 소장이 그대로 중장으로 진급해 안정적으로 기무사령관을 지속할 거라는 관측도 있었습니다무엇보다 장경욱 소장이 정보사령관과 합참 군사정보부장을 역임하며 정보분야에서 다년간의 경험을 쌓은 인물이기에 누가 봐도 새정부의 기무사령관으로 손색이 없었음에도 불과  6개월 만에 아주 모욕적인 방식(국방장관으로부터 너 내일부로 옷 벗어라전역식은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고’ 였다죠)으로 교체를 통보받습니다당초 이러한 교체 배경에는 후임 이재수 중장이 박지만씨와 동기인 37기인데다 중앙고 동창이었다는 점까지 겹쳐 집권 초부터 구설이 오갔죠당시에는 이재수 사령관을 바로 앉히기가 뭐해서 잠시 땜빵으로 세웠다가 갈아치웠다는 말도 있었지만 후임 이재수 중장도 불과 1년 만에 다시 경질되고 말았기에 이 설은 그저 설에 그쳤습니다이후의 유력한 설은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의 인사전횡 문제를 장경욱 기무사령관이 청와대에 직보했던 것이 도리어 장경욱 소장의 명운을 재촉했다고 봅니다여태 김관진이 현직에 머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김관진의 눈 밖에 나서 경질되었다고 봅니다.

이명박시절부터 유임된 김관진을 교체할 입장이 아니었던 박근혜로서는 장경욱을 교체하는 이 더 손쉬웠을테니까요문제는 이 과정에서 김관진이 너무도 확고한 군내의 인맥과 영향력을 지금까지 행사하게 되었지요. 현임 한민국 국방이 취임초부터 바지장관 소리를 듣고 있는게 우연일까요사드배치 과정에서도 한민구는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었죠.
 
각설하고그런데 그렇게 해서 후임이 된 이재수 기무사령관마저 1년 만에 그 자리에서 경질되어 3군 부사령관이라는 한직으로 사실상 좌천을 당합니다이 인사에서도 정윤회와 박지만의 파워게임이었다는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무엇보다 이재수 중장이 박지만과는 고등학교와 육사를 함께 다닌 절친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이재수 기무사령관이 군 인사통이었다는 이력을 감안해볼 때또 한 번 박정권 내 안보 실세인 김관진과의 알력과 마찰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또한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났듯이 박근혜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지만씨의 육사동기생에 대해서 경계나 배제하는 움직임이 분명하게 감지가 됩니다.

더구나 이재수 기무사령관의 교체배경을 놓고 국방부와 청와대가 당시 최전방에서 벌어졌던 노크 귀순사태와 22사단 총기사고의 대처 미흡등을 들었는데사실 기무사령관이 왜 이 문제에 대해 이토록 자신의 자리까지 내놔야 하는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지금도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무사령관의 직접책임 범위의 사안이 아닌 건 누가봐도 명백했지요당시 노크 귀순 때 해당지역 사단장이 10일간의 견책조치라는 아주 가벼운 처벌을 받았는데 기무사령관이 이 사안의 독박을 써야 할 합리적인 설명이 아주 빈약했으니까요지금 사 하는 말이지만이재수 중장의 낙마는 누가 봐도 고교동창이자 육사 동기생인 박지만씨와의 인연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두 번의 기무사령관 인사가 모두 정권최고위층과 안보분야 실세들의 입맛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는 점은 분명한 팩트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올해 들어서 기무사는 두 번이나 큰 대형사고를 쳤습니다. 기무사 요원들이 거액의 뇌물을 받고 군의 핵심 방산기밀을 넘겨주다 적발 되었고 그것도 부족해 기무사 소령하나가 성매매를 직접 알선하다 체포되는 초유의 개망신을 당했습니다 

두명의 전임사령관의 경질배경을 고려해보면현 기무사령관은 지난 10월말 장군인사에서 당연히 교체되거나 육사교장 박남수 중장의 전례(박남수 장군은 육사내 성폭행사건이 발생하자,이의 모든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임하며 전역해버렸습니다)를 고려하면 조 중장 스스로 진작에 물러났어야 할 일입니다전군의 동향을 감시하고 보고하는 위치의 기무사요원들은 누구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인 잣대가 요구됩니다. 그런데도 이들 기무사요원이 스스로 군의 주요정보를 내다판 부역간자가 된 걸로도 이미 기무사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는데 여기에 성매매라는 기무사 역사 초유의 파렴치한 사건까지 더해지면 조현천 중장이 계속 저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뻔뻔한 일입니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 박남수 전 육사 교장의 깔끔한 처신과 여전히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기무사 요원의 성매매 사실을 타기 하고 있는 조중장의 부적절한 행동을 비교하며 기무사령관을 비판하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는데도 이번 정기 군인사에서 기무사령관은 놀랍게도 유임되었습니다통상 기무사령관의 임기는 1년 반에서 2년이고 아주 신임이 두터운 경우에만 4년의 임기가 허용되는데 조현천 현 기무사령관은 이번 유임조처로 사실상 4년의 임기를 보장받은 거나 마찬가지가 되었습니다사실 업무를 잘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기무사령관직은 자주자주 물갈이를 해야 뒷 탈이 없건만, 지금 부대장악에 실패한 자질부족 무능한 인사를 전임들과는 달리 계속 중용한다는 것은 다른 배경을 의심해야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국군기무사령관은 현역군인 중에 유일하게 대통령과의 독대가 정기적으로 보장된 최측근의 자리입니다. 육참총장이나 합참의장군사령관과 같은 대장들도 대통령의 얼굴을 보는 횟수는 제한적이며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그런데 이들 최고위급장성들의 동향마저 합법적으로 감시하고 있는 기무사령관이 지금 조현천처럼 조직단속조차 제대로 안 되는 무능함을 드러냈음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무엇을 의심해야 합리적일까요. 첫째는 조현천이 그동안 윗전(박근혜김관진 모두겠죠)의 비위를 잘 춰왔고 그들의 입맛에 딱딱 맞는 정보나 첩보를 제공해왔으며 그들이 지시하는 사안들은 설사 자신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주저 없이 해왔거나 그럴 의지가 충분하다는 인정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요?

이 과정에서 가장 염려되는 사안은 조현천 기무사령관의 존재만으로도 군의 정치적 중립은 충분히 의심받는다 입니다.

알자회 출신이자 대구경북이라는 배경만으로도 조현천은 정권최고실세의 배려와 지원이 아닌정상적인 인사에서라면 요직에 오를 수 없었습니다부정하게 오른 자리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당연하게도 국가와 헌정의 안위보다 권력의 안위가 우선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부대장악에 철저하게 실패했음에도 또 다시 유임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다음 대선의 과정과 일련의 대통령퇴진 과정에서 기무사가 어떤 꼼수나 정치적 공작도 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입니다 현재 기무사령관은 이명박 정권말기부터 지금 박근혜 치세 말기까지 5년 넘게 군과 안보분야를 꾸준하게 농단해온 김관진이라는 실세배후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또한 김관진으로 상징되는 현군부는 명백히 지난 대선에서 사이버사령부를 통해 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노골적인 박근혜 당선공작을 펼쳤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에서 반드시 박근혜 퇴진과 더불어 숙청되어야 할 실질적인 위험요소이자 암적 존재들입니다.
 
문민 정부이래 20여년간 사조직 연루자를 기무사령관에 앉혔던 전례가 없습니다. 지난 87년 헌법체제의 근간에는 이러한 확고한 문민통제의 원칙이 불문율로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 정권이 이걸 깨고 부적격자를 기무사의 수장으로 앉힌 것도 부족해 다대한 하자와 무능을 드러냈음에도 다시 그를 유임시켰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닙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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