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위의 사람 그림자
고등학생 때 친구 집에서 잔 적이 있는데
천장 위에서 내려온 희끄무레한 사람 그림자가, 방 안에서 어슬렁거렸습니다.
몸이 꼼짝도 못 하게 되거나 그런 일은 없었지만,
그 그림자가 한동안 방 안을 둘러다닌 후 부엌 쪽으로 사라졌고
그걸 보고 방으로 돌아왔을 땐 공포가 극에 달해서 기절했던 것 같습니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습니다.
친구가 차려준 아침을 먹으면서 살며시 물어봤더니
"아, 또 왔어?"라질 않나...
그 아파트에 이사할 때부터 가끔 나왔는데
처음엔 놀랐지만 익숙해지니까 별로 신경이 쓰이질 않는다나요.
친구가 집에 놀러와서 잘 땐 나온 적이 없는데,
제가 자러 간 날엔 친구 꿈에 나와서
"놀래킨 것 같으니까 대신 사과 좀 해줘"라고 했다고 합니다.
제가 "안 좋은 거 아냐? 이사 안 해?"라고 물었더니
친구는 "처음엔 놀랐지만 뭐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집세도 싸거든"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친구는 졸업할 때까지 거기서 별 탈 없이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