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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붕어남입니다 기회가되서 아빠 썰 한번 풀어봅니다
게시물ID : cook_780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iRㅣTree
추천 : 40
조회수 : 2459회
댓글수 : 100개
등록시간 : 2014/01/24 21:55:37
일단 요리 관련된 내용이 많으므로 요리게에 썰을 풀고
집에 후추가 떨어져서 없으니 음슴체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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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8년

아빠가 조선소에 취직하게 되셔서 가족이 다같이 목포로 이사를 갔습니다
아빠는 어렸을때부터 평택에서 자라신 평택 토박이셨고
제가 초등학교 2학년떄까지 인천 도화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시다가 
그냥 본전만 치고 새로 직장을 구한것이셨죠

아빠는 평택 토박이시고 농촌에서 자라신만큼 산들강바다를 좋아하시는 자연매니아셨고
그런 아빠에게 목포는 천국이나 다름 없었죠
바다, 강, 산, 들 모든게 있는 목포는 아빠를 베어그릴스의 '하지만 오늘은 제 점심이죠' 표졍을 따라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단 썰을 좀 풀어봅시다











1. 무공해사랑

제가 살던곳은 목포 하당 옥암동이었는데
제가 사는 동네 자체가 그당시에는 개발이 막 시작된 동네라 주변에 상가도 별로 없고 건물도 별로 없는 동네였죠
저희집에서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공터가 있는데
그 주변에 모텔이 빼곡히 들어섰는데 이상하게 그 자리만 공터로 비어있어서
아빠가 지나가다 그 땅 주인을 알게되서 물어보니 건물 지을 생각이 없다고 하셨데요

그래서 아빠가
"아저씨 땅 안쓰실거면 여기 내가 농사좀 지어도 되겠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고 뜬금없이 그러시니

땅 주인분도
"ㅇㅇ....네 그러세요"

그렇게해서 저희집은 무료 텃밭이 하나 생기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맨 처음 심기 시작한건 호박, 고추, 깨, 가지, 상추정도였는데
나중에는 케일, 무화과, 고구마, 감자 이런것까지 심으셔서 진짜 밭이 되버렸었죠

도심에서 가까운 밭이다보니 주변에서 사람들이 아빠가 심어놓으신 작물들을 무단으로 가져가는 일이 많았으나 ㅠ
그래도 저희집은 제가 외동아들이라 3인가족이 먹기에는 언제나 풍성한 재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무공해 채소를 10년간 먹었죠 -ㅅ-





2. 내 직업은 사냥꾼

아빠는 그렇게 농작을 하시면서도 쉬는날만 되면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셨습니다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곳을 개척하시고... 무언가를 찾으러 돌아다니셨습니다

그러다가 아빠가 어느날은 집에서 공기총을 들고나가시더니 (당시엔 총기허가가 있는사람은 소지가 합법이었음.. 지금은 방아쇠 다 회수해감)

"오늘 저녁은 아빠가 맛있는거 해줄게 기다려"하고 윙크를 하고 나가시길래

뭐지.. 하고 기다렸는데

아빠 손에 들려있는건 꿩 6마리 -ㅅ-... 
야생에서 뛰어다니는 꿩을 직접 잡아오신겁니다... 그 미친듯이 쫄깃했던 육질을 아직도 잊을 수 없죠




3. 통발은 거들 뿐

그렇게 아빠가 꿩을 잡아오신 이후에... 아빠는 그 근처에 먹을 자원이 풍부하다는것을 알고 그 주위를 막 돌아다니시다가
언제 한번은 자전거에 커다란 약수터물통 하나와 통발을 들고가시길래 이번엔 또 뭘 잡아오시려고 그러시나 했는데

뭐야이겤ㅋㅋㅋㅋㅋ 

미꾸라지랑 붕어가 통 하나에 가득 차서 들어있는게 아니겠습니깤ㅋㅋㅋㅋㅋㅋㅋ


아빠한테 물어보니

"응? 주변에 도랑이 하나 있어서 거기에 통발 심어놨더니 엄청 잡히더라"

해서 5년간 추어탕을 무공해로 먹었습니다.






4. 새로운 맛을 발견하다

아빠가 가끔 통발로 잡아오시는것 중에 '황소개구리'가 있었습니다
언제 하루는 황소개구리가 10마리가 잡혀서
집에서 치킨 튀기듯이 튀겨먹었었는데

이게 진짜 맛이다..

요리왕 비룡의 미미(美味)가 딱 떠오르는 맛이었습니다

세상에 치킨보다 맛있는게 있다니...

*주의: 황소개구리 생명력 엄청 질깁니다. 바닥에 10번 패대기쳐서 기절시키고 껍데기 다 벗기고 내장 정리하고 척추뼈 부러뜨려놨는데 뛰어다님








5. 이제는 심마니

아빠가 통발을 담가놓고 그냥 집에 들어오는게 맘에 안드셨는지
이제 그 주변에 있는 산과 들을 헤집고다니기 시작하셨었죠

그러다가 아빠가 발견한게

상 황 버 섯

버섯계의 황금이라고 불리는 상황버섯을 아빠가 들고오신거임...
약방에 가서 조사해봤는데도 이것은 특A 급 상황버섯이 확실...
그걸 나무 하나로 들고오셨으니...

그렇게 한동안 약을 지어먹었습니다.. 내 몸속에 아직도 상황버섯이 살아숨쉬고 있지요 헉헉








6. 심마니는 거들 뿐

상황버섯을 한번 채집하시더니 약초에 눈독을 들이시던 아빠
갑자기 산에 한번 갔다오시더니 광주에 사시는 삼촌들을 다 소집하시는 아빠

그렇게 5명이 봉고차를 끌고 간 곳은 어느 한적한 산이었는데

집에 들고온것은 80킬로 쌀포대 마대자루로 10자루나 칡을 ㅋㅋㅋㅋ 칡ㅋㅋㅋㅋㅋ칡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께가 내 몸통보다 두꺼운 칡뿌리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렇게 간식으로 생칡뿌리를 씹어먹고 단물이 빠지면 뱉어내곤 했죠...
칡차 맛잇는데 마시고싶당








7. 정원사 아빠

아빠는 베란다에 화분을 몇개 가지고 계셨습니다
다 난이었는데요

다 아빠가 들로 다니시다가 발견해서 캐오신거..

실제로 꽃이 핀 녀석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신기










8. 목포앞바다

목포 앞바다에서 잘 나오는 어종은 이렇습니다
갈치, 숭어, 돔

그리고 다 제가 먹어본녀석들이죠 ㅋㅋㅋㅋㅋ

아빠는 가족들이랑 낚시다니는건 좋아하셨거든요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낚시하고 오시면 갈치가 20마리는 잡혀있었죠

아직도 저희집 냉동실에는 아빠가 평택으로 이사오시기 전 잡았던 갈치가 냉동된상태로 자고있습니다 ㅋㅋㅋ








9. 열매는 따라고 있는거죠

저희집에 한때 은행이 잔뜩 있었습니다.
네 그거요 냄새나는 그거...

요즘은 은행열매가안열리는 종만 길에다가 심어놨는데
예전엔 그러지 않았어요

열매들이 땅에 떨어져서 고약한 냄새가 퍼지기 일수였죠

저희집은 시민분들이 혹여나 떨어지는 은행에 맞아서 머리에서 냄새가 나지 않으실까 하는 염려에
저희가 그 열매를 많이 따왔습니다 ^오^!

네..

그랬어요

그리고 이번엔 길에 열린 오미자를 잔뜩 따오시고
그리고 모과를... 모과를... 잔뜩 따오셨네요

지금도 베란다에 나가면 오미자가 베란다를 가득 뒤덮고있고
모과가 5바가지정도... 큰대야 5개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빠가 다 손질하셔서 냉장고에 들어가있는 상황

제방에서 아직도 모과향나요










10. 붕어는 잡는거 ㄴㄴ 줍는거 ㅇㅇ

최근에 베오베 간 글 3개.. 네 저희아빠가 붕어를 '주워'오신겁니다
네...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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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저희 귀요미 아빠 얘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집은 부유하게 산적은 없지만 항상 아빠덕에 부유하게 먹습니다
아빠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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