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속에 있는 아이
꽤 전에 우리 동네 집에서 불이 났는데
불이 얼마나 번지나 걱정 되어 보러 갔다.
불 난 집은 좀 잘 사는 집이라 집이 커서 그런지
불이 엄청나게 빨리 번졌다. 구경꾼도 많았다.
현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재 때문에 그슬린 가운을 입은
그 집 주인으로 보이는 부부가 이웃 주민들에게 간호 받고 있었다.
소방차는 아직 안 왔나하고 생각하고 있는 그때
구경꾼 중에 한 사람이 "어이! 저기 좀!!"하고 소리치더니 2층을 가리켰다.
2층 베란다를 보니, 5살 정도 되었을까 말까한 여자 아이가
양손을 벌리고 도와달라고 하고 있엇다.
불이 바로 아래까지 번져 있는데, 소방차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
이웃 사람들이 부부에게 "따님이 아직 베란다에 있어요"라고 했더니
광경을 바라보던 남편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딸이 없는데요..."
분명 그 집엔 아이가 둘 있었는데, 둘 다 다 자라서 독립했었고
게다가 애들도 둘 다 사내아이였다.
손주를 데리고 온 적도 없었다.
부부도 50대 후반쯤이라, 늦둥이를 볼 나이도 아니다.
그럼 저 여자애는 누구지? 하고 생각하며 베란다를 올려다보니
여자아이는 도와달라는 손짓을 거두고 그냥 서 있었다.
나에겐 왠지 평온하게 미소짓는 것처럼 보였다.
머지 않아 2층 베란다에도 불이 붙었는데, 여자 아이는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