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있었던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일화가 공개됐다.
중앙일보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이 5일자 중앙일보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서다.
칼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참석한 '한미 우호의 밤' 행사에서 박 대통령에게 '고향의 봄'을 불러주기 위해 미국 초등학교 학생들이 열심히 합창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행사 직전 돌연 '고향의 봄'이 아닌, 미국 가수 퍼렐 윌리엄스의 히트곡 '해피(Happy)'로 바꾸라는 청와대의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해피'를 '절대로' 합창곡에 넣어야 한다, 안 되면 다른 데로 바꾸라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지시에 따라, 한국 대통령을 환대하기 위해 땀 흘리며 합창을 연습하던 미국 초등학교 학생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파월 초등학교는 한인 학생이 40%에 달하며, 한국어 정규과목과 이머전 프로그램(한국어 몰입교육)을 운영중이다.
청와대의 황당한 '변심' 때문에 파월 초등학교 학생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후문이다.
예산 낭비도 문제가 됐다.
행사에서 '절대로' '해피'라는 노래를 들어야 한다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한국에서 전문합창단이 워싱턴에 급거 파견됐기 때문이다.
'해피'라는 노래 단 한 곡을 박 대통령에게 들려주기 위해 합창단의 항공권 비용과 체제비 등 소중한 국민의 세금이 낭비된 셈이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은 "최순실·차은택 스캔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당시 생각이 떠올랐다"며 "(당시의) 몰상식한 결정 뒤에 아른거리는 그들의 그림자를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