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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녹지 않는 얼음으로 그대를 조각해서
게시물ID : lovestory_779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랑무늬영원
추천 : 11
조회수 : 119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3/09 13: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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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조각 모아왔어요 노트에 끄적인 것들



   좀더 따뜻한 곳에서 따스한 사람으로 태어났었다면. 당신과 생소한 언어로 인사하고 싶다. 부디 다음 생에는.



   잠은 얇고 악몽은 계속되고 약이 오른 몸은 나른하다 모든것을 약으로 대체하고 싶다 들숨과 날숨마저도. 공기에서 씁쓸한 약 냄새가 난다 악몽을 꾸지 않게 해주는 약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말했잖아. 내가 널 사랑한다고 해서 네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라고.



   내 문장을, 도입부의 위태로움을, 보지 말아줘요.




   꿈 속에서 애틋하고 친절한 말을 들었다 "그래 그래도 내가 널 혼자 싫어할 일은 없겠지만"



   탄산이 증발되면서 나는 타는 소리를 좋아한다 타닥타닥 불길이 타오르는 소리랑 비슷한데 눈을 감으면 난쟁이의 캠프파이어를 듣는 것만 같아 가끔은 탄산음료를 반쯤 마셔놓고 그 소리만 듣고 있을 때도 있다
  언젠가 한번 들어봐요. 아플 때. 물론 아프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래도 아프게 될 때, 눈 감고 조용히 들어봐요. 편안해질 거예요. 혼자인 게 서럽고 아프기까지 할 때 그 조용한 소음이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아프냐고 묻지 마요 징징대기 싫은데 안아프다고 괜찮다고 말하기엔 내가 너무 아프네요



   밤마다 총과 총알을 토해냈다 불발탄들이 까마득해진다 숨이 막히게



    나는 아프고 버릇이 없다 알아주는 이도 없이 혼자서 서걱거린다



   당신은 나를 앉혀 놓고 나도 고통스럽고 아팠다고 했다 함께 잊자고 했다. 함께라니, 숨막히는 단어와 이 끔찍한 무지함. 나는 웃었고 대답하지 않았다.



  하나 말해줄게요 말해질 수 있는 건 고통이 아니라는 것



    나는 모든 빛나는 것들에 홀려서



   봄꽃의 노랑은 그 자체로 봄, 인 것 같다 한없는 집중을 요구하는 잠시라도 눈 돌리면 금새 져버릴 것 같은 그런 원색의 노랑이다 사랑을 닮기도 했다 징그럽게도



   먹었던 걸 토해내고 있는데(이건 일상이 되었다) 그 사람이 문을 툭 건드렸다 나는 그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떨림을 보여주지 않으려 바닥에 몸을 꾹 눌렀다 전화를 하는 당신 목소리가 선명했다 왜 그런대. 추하게. 나를 향한 말이었을까



    당신은 내가 무너질까봐 놓지 못하는 거겠지. 그깟 동정. 사실은 나도 이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억지로 사랑만 도려낸 기분이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인정하는 것. 그래, 이젠, 정말, 서로가 서로의 쓰레기통이 되었구나.



    당신의 등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다 새까만 점처럼 멀어지고 끝끝내 사라질 때까지



    너를 그리기 위해 내가 오랫동안 연필을 잡고 있었단 걸 모르겠지. 당신은 내게서 소실된 단 하나의 점. 내가 지우려고 가져온 지우개를 집어 당신이 스스로 지워지고 있을 줄이야. 나는 마음을 오래 지운다.



    연필로 글씨를 쓰는데 연필이 자꾸 뭉툭해진다 날카롭게 깎지 않는다 나는 날카로울 기력이 없다



   외로워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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