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FA, 트레이드 시장의 큰 손이다. 

KCC는 전통적으로 KBL 판도를 크게 뒤엎는 역량을 갖고 있는 구단이었다. 구단주와 수뇌부가 농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KBL에 타이틀스폰서 명목으로 수년간 거액을 지원해왔다. 

KCC는 우승이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움직였다. FA 시장과 트레이드 시장에서 큰 손 노릇을 해왔다. FA 서장훈을 영입하면서 이상민을 보상선수로 삼성에 내줬던 사건, 특급신인 하승진을 영입한 뒤 서장훈과의 불협화음이 터지자 시즌 도중 서장훈을 전자랜드에 내줬던 거래, 김태술을 얻기 위해 강병현을 KGC에 내주고, 이후 김태술을 삼성에 보내고 삼각트레이드로 이현민을 얻기도 했다. 

이런 빅딜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뒷거래 의혹도 적지 않게 있었다. 어쨌든 샐러리캡을 도저히 맞출 수 없을 것 같은데 파격적인 트레이드와 연봉 조정 등으로 절묘하게 선수단을 구성했다. 도전과 변화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 결과 우승권 전력을 갖출 때마다 우승 트로피를 적지 않게 들어올렸다. 

이번 FA 시장에서 KCC가 이정현 영입전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챔피언결정전 직후부터 있었다. 애당초 KCC는 이정현을 얻기 위해 KGC에 사인&트레이드를 제안했으나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그러나 결국 특유의 큰 손 기질과 집념으로 이정현을 손에 넣었다. 

일각에서 거론된 10억원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과감히 9억2000만원을 배팅하면서 이정현을 잡았다. 샐러리캡(23억원)은 선수등록시기에 맞춰 조정하면 된다. 앞으로 몇 차례 KCC발 트레이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정현은 평균 15점 내외를 꾸준히 뽑아낼 수 있는 토종 최고의 득점원이다. KCC가 이정현을 품으면서, 단숨에 다음시즌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하승진과 전태풍이 건강하게 돌아오고, KCC서 마지막 시즌을 보낼 안드레 에밋과의 조합만 이뤄지면 우승을 노리는 KCC의 큰 그림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