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라도 벌려고 오늘 알바를 뛰고 퇴근하기 30분 전,
사무실에 흩어져 있던 디자인 파일이랑 연필, 핸드로션, 자질구레한 것들을 정리하면서
문득 오늘 사무실안에서 그렸던 수십장의 크로키들을 보면서
그래도 내가 오늘 무언가를 해냈구나 라는 뿌듯함이 들었다.
2년, 3년 지나면 이 애기들이 어떻게 비춰질까- 라는 생각과
그래도 1년이라도 지나면 그림체가 한층 더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이 늦은 나이 28살에 느끼고 있다.
전에는 아픈 사연으로 얽혀진 학창시절 때문에 잠시 손을 놓았지만
다시금 이 나이 되어서야 다시 연필을 잡을 수 있게 된 건,
정말 시간이 약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만큼 내가 두렵지만 내가 원하는 꿈에 다가가기 위한
나만의 작은 발짓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도 이렇게 마무리 한다. 늘 그렇듯이 이 곳은 공부하는 학생들도 오고,
둘만의 공간에서 더 나누고 싶어하는 커플들도 오는 조그만한 스터디룸이지만,
이렇게 아늑한 공간안에서 남들은 모르지만, 나만이 꿈꾸는 공간도 만들어졌다.
한동안 두려움에 떨던 내 자신이 오늘따라 조금 자랑스럽다.
그래, 다시 떨쳐내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
내가 원하는 꿈으로 다시 가보자. 두려워하지 말자고,
그렇게 생각하며 진정한 내 자신에 대해서도 조금 이제서야
아픈 기억들을 다듬어주기 시작한 거 같다.
뭐가 두려워서 그토록 밀어냈었던 걸까..
뭐가 무서워서 이토록 아무것도 안하려고 했었던 걸까..
그냥 이렇게 그림만 그려도 니가 행복해 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