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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꾼 꿈이야기
게시물ID : panic_667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iz34
추천 : 4
조회수 : 153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4/08 21:41:14

괴담응모하느라 예전에 꾼 꿈을 쓴 김에, 오유에도 한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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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부터 화장실로 가는 등줄기가 쭈뼛해질지언정 한여름밤에 보고 듣는 괴담을 끔직이도 좋아했던 제가, 우연히도 같은 계절즈음에 꾼 몇 가지 꿈 이야기를 적어볼까합니다. 

흔히들 '조상님이 꿈에 나타나셨다.', '꿈에서 조상님이 도우셨다.'라는 말을 어르신들이 하시는데 제 꿈은 바로 그런 부류의 이야기에요.

 

 때는 제가 아직 학생이었던 몇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집에는 큰 우환이 겹쳐 일어났고 결국 저는 앓아눕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밥만 잘먹으면 문제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씩씩했던 제가 하루종일 잠만 자고, 끼니도 제대로 입에 대지못해 바짝 여위어만 가는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설풋 낮잠을 자던 중에 꾸었던 꿈이 있었습니다.

 저 너머에는 절벽으로 막혀있는듯 하지만 얼마나 넓은지 파도처럼 철썩철썩 자갈밭이 펼쳐진 강변으로 물이 밀려들어오는 커다란 강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검고 둥근 자갈밭 사이사이에는 반짝거리는 백원짜리며 십원짜리 동전들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고요. 꿈결에도 욕심이 나서 부지런히 동전을 주워모아 주머니에 넣은 저는 강물 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헤엄을 쳐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는 수영은 커녕 물에 제대로 뜨지 못하는 제가 꿈에서는 무슨 용기가 솟아난 건지 끝도 보이지 않는 강 너머를 향해 열심히 헤엄을 쳤죠. 그 때 등 뒤에서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큰외숙모께서 커다랗게 손을 흔들며 제사를 지내야하니 얼른 돌아오라고 소리치셨죠. 할 수 없이 헤엄을 쳐 되돌아가는데 물 밖으로 걸어나온 제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동전들은 전부 사라져버리고 없었습니다. 아쉬워하며 큰외숙모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고 여러 친척분들이 기다리고 계시던 곳은 촛불이 은은하게 켜져있는 동굴이었습니다. 제사를 지내야한다고 하더니 정말 눈 앞에는 목기로 된어있는 제삿상이 준비되어 있었고 남자 분들은 공손하게 상 옆에 모여 계셨죠. 

울퉁불퉁한 돌벽에는 돌아가신 분의 영정사진이나 패도 없었지만 지방이 한장 붙어 있었습니다. 이 부분만이 묘하게 꿈 같아서 한자로 적혀 있지 않고 한글로 '(외갓쪽 성 씨의) 아무개 씨의 둘째 아들 아무개가 00의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다'라고만 쓰여있었습니다. 친척분들은 자꾸만 저에게 향을 올리라고 채근하셨고, 원래 제사는 남자들이 진행하는 것이 아니었던가..이상하다..라고 생각하며 자꾸만 꺼지는 향불을 붙이려던 저는 이내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얇은 이불 한 장을 덮은 채 잠깐 잠든 사이에 꾼 꿈이었지요. 이마에 가볍게 식은땀을 흘리며 깬 저는 이상한 꿈이려니했지만, 꿈 속의 광경이 묘하게 생생해 잊지않고 기억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저는 시골에 있는 외갓집에서 친척들과 모여 있는 꿈을 꾸었습니다. 분주하게 이것저것 무언가를 준비하던 친척분들은 제사를 지내러 뒷산으로 갈 거라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탁탁 옷을 털며 일어나다 허망하게 그대로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하지만 일어난 후의 기분은 그렇지 못했죠. 

가뜩이나 좋지않은 집안 분위기때문에 몇 번을 눈치만 보다 도저히 찝찝함을 참을 수가 없었기에 저는 장난처럼 웃으면서 엄마에게 말을 꺼냈습니다. 내가 정말 몸이 허약해지긴 했나봐, 이상한 꿈을 이틀이나 이어서 꾸네. 무슨 꿈이냐고 묻는 엄마에게 저는 이틀동안 꾸었던 짧막한 꿈을 들려주었죠. 처음엔 그냥 개꿈이라고 웃으시던 엄마는 잠깐 설겆이를 마치고 돌아오시더니 갑자기 오늘이 몇 일이냐고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오늘? 0월 0일이잖아. 엄마는 그거말고, 음력으로 몇 일이냐고 다시 물으시더군요. 자리에서 일어나 달력 가까이 간 저는 큰 숫자 아래 작게 적혀있는 숫자를 말했죠. 오늘 음력으로 0월 0일이네.

 순간 엄마는 놀라서 표정이 굳으시더군요. 왜 그래?하고 웃으며 어물적 넘어가려는 저에게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이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신 때의 생신이라고.

 

 외할아버지께서는 제가 태어나기 3년 전에 지병으로 인해 돌아가신 분이셨습니다. 유난히 장녀인 엄마를 많이 예뻐하셨다고. 하지만 저는 말로만 넌지시 들었을 뿐 외할아버지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성함과 가끔 명절 때 외갓집에 내려가 할머니 방에 걸린 사진의 얼굴정도가 전부였어요. 그런 외할아버지의 기일도 아니고 생전의 음력생신인 날에 꾼 꿈이라니.

 괜히 어색한 분위기때문에 내가 말을 잘못꺼냈구나 싶어서 외할아버지 장남도 아니시잖아,라고 말하는데 그때까지 막연히 장남으로 알고 있던 외할아버지께서 둘째아들이셨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곧장 엄마는 아는 사람에게 물어물어 용하다는 점쟁이에게 전화를 거셨고, 저를 바꿔서 꿈이야기를 해보라기에 수화기 너머로 제가 꾼 꿈 내용을 그대로 전해드렸죠. 이후에 몇 가지 해야할 일이 있다고 해서 밖으로 나가 간단히 무언가를 액땜처럼 하긴했는데 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죠.

 

 이후엔 저도 여러가지 책에서 제가 꾼 꿈내용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죽으면 삼도천이라는 커다란 강을 건너간다는 것, 그리고 죽은 사람은 배를 타고 삼도천을 건너는데 뱃삯으로 주기 위해 염을 할 때 고인의 입안에 동전을 넣어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산히 소름이 돋으면서도  그 때 욕심부려 동전을 한 가득 안고 강을 건너려고 했던 스스로의 패기가 참 우스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점쟁이가 말한 결론은 결국 조상님이 걱정이 되어서 자손의 꿈에 나오셨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꿈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전화를 바꿔든 엄마에겐 한참을 무언가 말했지만, 엄마가 저에게 다시 무언갈 덧붙여 이야기해 주시질 않으셨으니 자세히는 알 길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겠죠. 

 

 그래도 가끔 여름이 다가오는 이 시기가 되면 이 꿈이 간간히 생각나곤 합니다. 한 번 본 적도, 안아본 적도 없던 손주가 걱정되어 꿈에 뵌 적도 없는 외할아버지가 찾아오셨던 것 같아 무섭다기보단 오히려 애틋한 마음이 더 커진달까요. 그무렵 여러가지 고민과 병 때문에 여러가지로 불안했던 저였지만 지금은 말끔이 나아 더 이상 이상한 꿈은 커녕 가위도 한 번 눌리지 않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외할아버지께도 손주는 잘 지내고 있으니 앞으로도 걱정하지 마시라고 머쓱이 말씀드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 오늘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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