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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달이 참 밝다. 꽃아, 나랑 도망 갈래? (BGM)
게시물ID : lovestory_776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봇
추천 : 13
조회수 : 129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2/21 23: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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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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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이 서서히
잿빛 구름으로 멍드는 걸 보니
그는 마음이 울적해진다고 했다.


하늘은 흐리다가도 개면 그만이건만
온통 너로 멍든 내 하늘은
울적하단 말로 표현이 되려나.

-

멍, 서덕준







마음가에 한참 너를 두었다


네가 고여있다보니
그리움이라는 이끼가 나를 온통 뒤덮는다


나는 오롯이 네 것이 되어버렸다.

-

이끼, 서덕준







당신을 생각하며
한참 뭇별을 바라보다가
무심코 손가락으로 별들을 잇고 보니


당신 이름 석 자가 하늘을 덮었다.

-

별자리, 서덕준







당신과 불현듯 스친 손가락이
불에라도 빠진 듯 헐떡입니다.


잠깐 스친 것 뿐인데도 이리 두근거리니
작정하고 당신과 손을 맞잡는다면
손등에선 한 떨기 꽃이라도 피겠습니다.

-

손, 서덕준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던 한 사내는
수국 가득 핀 길가에서 한 처녀와 마주치는 순간
딱, 하고 마음에 불꽃이 일었음을 느꼈다.


사랑이었다.

-

부싯돌, 서덕준







누구 하나 잡아먹을듯이 으르렁대던 파도도
그리 꿈 꾸던 뭍에 닿기도 전에
주저앉듯 하얗게 부서져버리는데


하물며 당신의 수심보다도 얕은 나는
얼마를 더 일렁인들
당신 하나 침식시킬 수 있겠습니까.

-

파도, 서덕준







당신이 나의 들숨과 날숨이라면
그 사이 찰나의 멈춤은
당신을 향한 나의 숨 멎는 사랑이어라.

-

호흡, 서덕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나 아닌 누군가를 향해 당신이 비행한다.


나는 당신이 남긴 그 허망한 비행운에
목을 매고 싶었다.

-

비행운, 서덕준







가시가 달렸다는 남들의 비난쯤은
내가 껴안을게
달게 삼킬게


너는 너대로
꽃은 꽃대로
붉은 머릿결을 간직해줘
우주를 뒤흔드는 향기를 품어줘


오늘 달이 참 밝다
꽃아, 나랑 도망 갈래?

-

장미 도둑, 서덕준







나그네가 혹여나 체할까
찬 물 위로 띄우는 버들잎처럼
나도 위태로이 범람하는 당신 생에 뛰어들리라.

-

버들잎, 서덕준







너는 몇 겹의 계절이고 나를 애태웠다.


너를 앓다 못해 바짝 말라서
성냥불만 한 너의 눈짓 하나에도
나는 화형 당했다.

-

장작, 서덕준







단풍보다 고혹하고 은행보다 어여쁘니
쏟아지는 당신께 파묻혀도
내게는 여한 없을 계절이어라.

-

가을, 서덕준







당신은 사막 위 나비의 날갯짓이어요.


그대 사뿐히 걸어보소서
흩날리는 머릿결에도
내 마음엔 폭풍이 일고 나는 당신께 수몰되리니.

-

나비효과, 서덕준







네게는 찰나였을 뿐인데
나는 여생을 연신 콜록대며
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

-

환절기, 서덕준







어둠 속 행여 당신이 길을 잃을까
나의 꿈에 불을 질러 길을 밝혔다.


나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눈부신 하늘을 쳐다보는 일쯤은
포기하기로 했다.

-

가로등, 서덕준







눈가에 시 몇 편이 더 흘러내려야
나는 너 하나 추방시킬 수 있을까.

-

추방, 서덕준







겨울이었어
네가 입김을 뱉으며 나와 결혼하자 했어
갑자기 함박눈이 거꾸로 올라가
순간 입김이 솜사탕인 줄만 알았어
엄지발가락부터 단내가 스며
나는 그 설탕으로 빚은 거미줄에 투신했어
네게 엉키기로 했어 감전되기로 했어
네가 내 손가락에 녹지 않는 눈송이를 끼워줬어
반지였던 거야


겨울이었어
네가 나와 결혼하자 했어.

-

오프닝 크레딧, 서덕준







너는 내 통증의 처음과 끝.
너는 비극의 동의어이며,

너와 나는 끝내 만날 리 없는
여름과 겨울.

내가 다 없어지면
그때 너는 예쁘게 피어.

-

상사화 꽃말, 서덕준







너는 나의 옷자락이고 머릿결이고 꿈결이고
나를 헤집던 사정없는 풍속이었다.


네가 나의 등을 떠민다면
나는 벼랑에라도 뛰어들 수 있었다.

-

된바람, 서덕준







누가 그렇게
하염없이 어여뻐도 된답니까.

-

능소화, 서덕준







밤이 너무도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옅은 별이
유독 비추는 곳 있어 바라보니


아, 당신이 있었습니다.

-

별 I, 서덕준







붉게 노을 진 마음에
머지않아 밝은 별 하나 높게 뜰 것입니다.


보나마나 당신이겠지요.

-

별 II, 서덕준







퀴퀴한 창고 구석에
녹슨 통기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세월은 겹겹이 쌓여 무덤을 만들고
그 위엔 턱수염같은 잔디가 자라있었다.
나는 먼지를 털고 나서 한참 후에야 알았다.


그것은 낡은 기타가 아닌
아빠의 옛 꿈이었음을.

-

옛 꿈, 서덕준







주제를 알면서 감히 꿈을 꿨다
남루하고 깨진 마음에 버겁게도 밀어 넣었다


내 마음에 절망이 스미고
결국 가라앉아 강바닥에 묻힌다 한들
기어코 담고 싶었다.


당신을 구겨 넣고 이 악물어 버텼건만
내가 다 산산이 깨어지고
강바닥에 무력히 스러져 눕고서야 알았다.


그대는 그저 흐르는 강물이었음을.

-

강물, 서덕준







내가 철없었어요.


어린 시절, 성냥불같이 단번에 타올랐던 내 사랑
이렇게 지금까지 그을린 자국이 남아있을 줄이야.


성장통이 끝난 나의 마음 한가운데
당신 얼굴로 그을려 있는


철없던
나의 사춘기.

-

사춘기, 서덕준







너를 그리며 새벽엔 글을 썼고
내 시의 팔 할은 모두 너를 가리켰다.


너를 붉게 사랑하며 했던 말들은
전부 잔잔한 노래였으며
너는 나에게 한 편의
아름다운 시였다.

-

너의 의미, 서덕준







네가 새벽을 좋아했던 까닭에 
새벽이면 네가 생각나는 것일까. 


아, 아니지. 
네가 새벽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내가 너를 좋아해서였구나.

-

새벽, 서덕준







남들은 우습다 유치하다한들
나는 믿는다
영원한 영혼을, 죽음 너머 그 곳을.


그렇다고 믿자. 


내가 늙고
어느덧 잔디를 덮어눕고
당신이 있는 그 곳에 가거든


한 번 심장이 터져라 껴안아라도 보게.
나 너무 힘들었다고 가슴팍에 파묻혀 울어라도 보게.

-

천국, 서덕준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더니
너 때문에 내 마음엔 이미 발 디딜 틈 없는
너만의 꽃밭이 생겼더구나.

-

꽃밭, 서덕준







무지개가 검다고 말하여도
나는 당신의 말씀을 교리처럼 따를 테요


웃는 당신의 입꼬리에 내 목숨도 걸겠습니다.

-

당신은 나의 것, 서덕준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가슴 곳곳에 대못질을 했다.


아빠는 내가 못을 박은 곳마다
나의 사진을 말없이 걸어놓곤 하셨다.

-

사진보관함, 서덕준







그 사람은 그저 잠시 스치는 소낙비라고
당신이 그랬지요.


허나 이유를 말해주세요.
빠르게 지나가는 저 비구름을
나는 왜 흠뻑 젖어가며 쫓고 있는지를요.

-

소낙비, 서덕준







밤 하늘가 검은 장막 위로
별이 몇 떠있지가 않다.


너를 두고 흘렸던 눈물로 별을 그린다면
내 하늘가에는 은하가 흐를 것이다.

-

은하, 서덕준







출처
- 시인 서덕준 인스타그램 @seodeokjun
- 시인 서덕준 페이스북 페이지 http://facebook.com/seodeok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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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보완
2016-02-24 17: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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