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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부장, “조선일보vs청와대 프레임 부담스러웠다”
게시물ID : sisa_7762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닥호
추천 : 2
조회수 : 119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11/01 14:03:00
TV조선의 미르·K스포츠재단 단독보도 이후 취재기자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는 성사되지 못했다. 한 TV조선 기자는 “취재기자 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고 귀띔해줬다. 
 
그가 바로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이었다. 이 부장은 2005년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실태 이른바 ‘X파일 미림팀 도청 공작’보도로 유명한 특종기자다. 이 부장은 미디어오늘과 만나 TV조선 보도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침착하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 부장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굵직한 큰 테마들이 한 두 개 더 남아있다”고 말했다.

 

-TV조선이 그린 큰 그림은 무엇인가?
 
“7월초에 김종 차관, 국가브랜드, 늘품체조 건을 썼다. 그리고 7월 중순에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썼다. 그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던 게 이화여대 건인데 이건 경향신문이 썼다. 하이라이트는 문화융성사업이라고 봤다. 그 많은 예산을 최순실이 짜고 그게 실제로 반영되고 집행됐기 때문이다. 국가를 흔드는 문제라고 봤다. 그래서 뒤쪽에 배치를 했다. 마지막에 최순실을 꺼내려고 했다.”
 
-한겨레의 경우 사정당국 고위관계자가 우병우 건을 취재하던 김의겸 선임기자에게 “그게 본질이 아니”라며 “미르재단을 캐보라”고 했던 게 단서가 됐다. TV조선의 단서는 무엇이었나.
 
“검찰이 정윤회 게이트를 뭉개는 것을 보며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짐작을 했다. 정윤회 게이트 이후인 2015년 초반에 인사개입이나 문화융성사업의 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평소 박 대통령을 주로 옹호하던 TV조선 입장에서 청와대를 직접적으로 겨냥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보수·진보 스탠스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처음에 TV조선이 꺼냈고 한겨레가 최순실 이름을 공개했다. 경향신문이 독일의 유령회사를 공개하고 그 다음에 JTBC가 연설문 문건을 공개하고 다시 TV조선이 최순실씨 영상과 인사개입 문건을 공개했다. 언론이 경쟁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보수언론이고 진보 언론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이 언론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다. 보수 언론이 쓰면 안 되고, 진보 언론이 쓰면 된다는 말인가? 보수 진보의 이념이나 청년 장년 등 세대의 문제도 아니다.”

 

-외부에서는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한 이후, 조선미디어그룹이 박 대통령을 버렸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던 걸 총선 이후에 보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음모론적인 시각일 뿐이다. 사람들은 보도 시점만 보지만 보도라는 게 그렇지 않다. 취재원이 입을 여는 시점도 있는 것이고, 아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르다. 기사로 쓰려면 특히 최고 정점에 있는 권력과 관계된 걸 쓰려면 문건과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빙 등 이런 것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취재원들도 상황을 봐가며 입을 연다. 개인적으로는 2015년에 그들이 짠 예산 문건을 입수했지만,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때만 해도 실행 전이었다. TV조선이 뭐든지 맘대로 시점을 골라서 할 수 있을 정도라면 왜 다른 언론들은 그렇게 안됐겠나. 기사 보도엔 여건과 타이밍 그리고 거기에 맞는 구체적 입증 등이 필요하다.”
 
-7월 보도 이후에 TV조선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이 상당했다고 들었다. 외압은 없었나.
 
“그렇다고 들었다. 직접적인 외압보다는 청와대에서 ‘조선일보 VS 청와대’ 프레임을 만든 것이 외압이라 생각한다. 그 프레임에 가둬서 더 이상 보도를 못하게 하는 것이다. 8월초 이후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이유도 이 프레임이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처음엔 청와대에서 전화도 받고 어느 정도 취재가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화도 잘 안 받는 등 취재에 어려움이 있었다.”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 건 때문에 잠잠했다는 의혹이 있다.  
 
“그런 의혹도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싸움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것이다. 추정이긴 하지만 청와대가 그런 프레임을 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은 그게 아닌데 송 주필 이후 보도를 더 내보내면 그 프레임을 더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순실 이름도 그렇고 혹시 다른 언론사가 먼저 보도하는 부담을 떠안아주기를 바란 것은 아니냐. 
 
“절대 아니다. 그런데 송 주필 건으로 인해 숨 고르기를 할 수밖에 없는 외부 상황이 생겼다. 중요한 건 본질이다. 한겨레가 최순실 이름을 쓰면서 관심을 모아줬고 경향신문이 이화여대를 쓰면서 공분이 일었다. 하나하나 조각들이 모여 연결이 됐기 때문에 파장이 큰 것이다. 각자 언론들이 경쟁하면서 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TV조선은 처음에 불을 댕겨준 역할을 했다고 자평한다.”
 
-지난 주말, 우병우 민성수석은 물론이고 청와대 비서실이 싹 교체됐다. 최순실도 입국하는 등 변화가 빠르다. 청와대가 조선미디어그룹에 보내는 화해신호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그건 너무 나간 거다. 화해라고 보는 것도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싸움 프레임 안에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화해니 뭐니 하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럼 조선미디어그룹이 조용히 있으면 이 상황이 진정이 되나? 그렇게 보는 시각 자체가 다른 언론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TV조선이 보도 안 한다고 달라질 사안도 아니거니와, 화해니 뭐니 하는 것들이 다 음모론적 시각의 연장선이다.”
 
-조선미디어그룹이 원했던 대로 됐기 때문에 TV조선의 논조 역시 바뀔 것이라고 의심하는 분들도 있다.
 
“그건 두고 보면 알 것이다. 절대 그럴 일은 없다. TV조선은 해오던 대로 할 것이다. 문제가 있고 기사가 되는 걸 왜 안 쓸 것이냐. TV조선은 오늘 보도할 것도 있고 내일 보도할 것도 있다. 여기서도 끝이 아니다. 큰 테마들이 아직 한두 개 남았다.”

 

-TV조선이 가장 오래 최씨를 취재했을 것이다. 최순실이라는 인물에 대해 받은 인상이 궁금하다.
 
“취재를 죽 하면서 받은 인상은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과거 1970년대에 ‘하면 할 수 있다’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 위에서 권력이 하면 할 수 있다? 국민은 소위 백성 정도로 보는 거고. 그 사람의 행태들이 그렇다. 최씨 공화국으로 생각한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예산을 자기들이 짜서 집행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를 출범시키고 출범시킨 이후에도 가장 찬사를 보냈던 언론사 중 하나가 TV조선이다.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발언도 있었다.
 
“당시 정색하고 그런 것도 아니고 예의상 해주는 말이었다. TV조선이 보수의 틀 안에 있다는 걸 부정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밀거나 내리거나 하는 건 아니다. 당부하고 싶은 건 이번 사건은 진보 보수 이념 갈등 속에서 바라보는 순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론 대 권력의 싸움으로 봐야한다. 언론이 감시견 역할을 충실히 한 것이다.”

 

출처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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