벛꽃이 분홍빛 비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가로등 빛을 받아 더욱 선명한 빛을 내는 벛꽃을 사이에 두고 우린...위기다. "오빠 정말 진절머리나!" "누군 아닌줄 아냐!" "나 정말 못참겠어....우리 끝내!" "그래! 내가 뭐 아쉬워서 너랑 계속 사귀겠냐!" 주둥아리가 미친듯하다. 맘속으론 벌써 땅바닥에 머리 박고 빌고 있는데... "진짜...밉다" 휙...핑그르르르 탁! 그녀가 던진 우리 1년 기념 커플링은 몇바퀴 돌지도 못하고 땅에 쓰러졌고, 그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도...내가 밉다." 떨어진 반지를 주워서 살펴봤다. 역시나 긴 금이 하나 있었다...아프구만...이윽고 나도 걸음을 옮겼다. 밤 11시...너무 늦었다. "왜 따라와?" 그녀가 우뚝 서더니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스모키화장을 진한 핑크빛으로 했는지 그녀의 눈 주위는 새빨겠다. 에그...저거봐 코 빨개졌네.. "따라오지마!" 야...대답은 들어야지! 하지만 말하기도 쪽팔린 이유니까...차라리 낫나? "따라오지 말래도! 끝까지 이럴거야?!" 그녀의 집앞 골목길 앞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한층 더 높아졌다...이유를 모르겠냐....하여간 곰순이... "너네 집앞 가로등...." "가로등이 왜?" 억지로 퉁명스레 말하는거 봐라... "깨진거 모를줄 알았냐? 이리보여도 니 남친이다..이거야." "오빠 바보야? 깨진지 20분만에 그걸 까먹어?" 순간적으로 좀 받아줬음 하는 마음이 깨지자. 역시 오토 아가리 시스템이 발동했다. "그래! 내가 바보천지에 세상에 둘도 없는 등신이라서! 헤어지면 3일만에 술처먹다가 강에 빠져 뒤지는 놈인걸 잊고 있어서! 자존심 지킨답시고 사과 안하고 뻗댔고! 그래서 그거 금방 까먹었다! 어쩔래!" "오빠 여기 길이야! 쪽팔리게 소리를 질러..." 목소리가 누그러진게...좀 당황했나.... "그럼 선택해. 나랑 다시 사귈래? 아님 길바닥에서 있는 쪽 없는 쪽 다팔리게 내가 소리지르게 만들래? 나 오늘 너랑 노래방 가려고 날개란 깨먹고 왔다..." 구라다. 날계란은 쥐뿔..반숙도 비려서 못먹는데... "내가 그냥 집에 들어가면...?" 억지로 퉁명스럽게 하는게 눈에 보여요. 이 아가씨야.. "전어라도 구울까?" "지금 봄이거든?" "가을되면 받아주겠네..?" "큽....." 거봐...웃을거잖아. 웃으니까 얼마나 이뻐...난 목에 걸린 목걸이 줄에 매달린 반지를 꺼내서 그녀의 손에 끼웠다. "반지 던지지마라...흠 하나만 더 나면 죽는다.."
"우와~~아빠 그다음은?그다음은?" "자자....자야지? 초등학교 들어간게 벌써부터 연애소설에 취미들리면 안되지" "에이~~나 내일 일찍 일어날게..응? 쫌만~~쫌마아안...아빠아아~" "하지원! 아빠가 니 남자야? 니 아빠는 내 남자거든? 내 남자 괴롭히지 말고 얼른 자렴~" "엄마 미워...그치 아빠?" "어 ㅋㅋ 나도 미워. 엄마 화낼라 아빠 갈게~" "잘자~~요~~~~"
달칵 "여진이한테 뭐 얘기했어?" "그냥...나같은 남자랑 결혼하라고?" "으이구...애한테 참 잘한다? 당신같은 남자는 피해야지~" "이 아줌마가?!" 난 즉시 킬킬대는 아내를 안아들고 목에 입을 맞추었다. 아내의 하얀 목덜미에 걸린 목걸이의 끝엔 은 대신 쇠로 만든, 보석 대신 큐빅이 박힌 디자인만 이쁜 반지가 긴 흠집을 빛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