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지방 경찰청 1기동대 1중대에 복무하였던 의무경찰 출신입니다.
다가올 시위관련 하여 제가 가진 궁금증과 제 생각을 이야기 할 까 합니다.
경찰에 대한 기본 정보.
- 전경부대
전경에 대한 정의는 전투경찰 전체를 이르는 말입니다.
육군에서 차출되어 경찰이 되는 전경(지금은 사라진)은 작전 전투경찰의 줄임말이고
의경은 의무 전투경찰의 줄임말입니다. 현재 의경은 그 수가 많이 줄고 그 자리를 대부분 직원중대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직원중대라 함은 순경 이상의 경찰공무원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말합니다.) 그들 또한 전경이라고 부릅니다.
경찰은 기동대와 방순대로 구분됩니다.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서울청 기동단 산하 5개 기동대가 있고, 각 경찰서 소속 중대인 방순대가 있습니다.
기동대는 3개 중대가 1개의 팀을 구성하는데 이를 격대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11중대, 12중대, 13중대처럼 2자리 숫자로 불립니다. 깃발에 11-1 이 있다면 11중대 1소대, 58-3이 있다면 58중대 3소대입니다. 항상 모든 작전은 격대 단위로 움직이며 경정(무궁화 3개) 이상의 지휘를 받습니다.
방순대는 방범순찰대의 약어로, 관할 경찰서 내에 1개 중대가 독자적으로 존재합니다. 각 관할 경찰서는 두 자리 숫자를 부여받고, 방순대의 경우 뒤가 9로 끝납니다. 그러니깐 만약 부대 번호가 219라면 21구역의 방순대입니다. 방순대는 모두 의경입니다.
의경과 직원중대를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모자의 독수리가 은색이면 의경, 노란색이면 직원입니다. (팔뚝에 있는 독수리는 원래 다 노란색입니다.) 또는 어께의 견장에 봉우리가 하나면 의경, 그 외에는 전부 직원입니다.
근무형태
경찰 근무는 크게 거점근무, 상황대비로 나누어집니다.
거점근무는 특정지역의 경계 및 경비로, 대사관이나 미군부대, 정당 당사 등을 지키는 근무입니다. 이곳은 1년 365일 경찰이 근무하며 여러 중대들이 돌아가며 근무합니다. 다만 특정 중대는 지정 장소만 전담해서 경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황대미는 흔히 말하는 시위진압입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경찰 입장에선 가장 짜증나고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입니다.
흔히 경찰은 군대와 다른 것이 당장 내일 무엇을 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경찰 부대는 새벽이면 팩스가 날아옵니다. 첫 장에 몇 시부터 몇 시 까지 무슨 부대는 어디에 누구의 지휘를 받아 무슨 상황대비를 가라. 이 부대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미국대사관 거점근무를, 어느 부대는 교육 훈련 및 부대정비를 하라는 경력운영표가 있습니다. 이 지침에 따라 움직이기에 내일 일정을 알 수 없기에 상당히 다이나믹한 삶을 살게 됩니다.
2. 시위에 관하여
저는 지금 이루어 지고 있는 촛불집회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고 봅니다.
- 진출의 목적
광화문 광장에 모이는 것은 결집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세를 과시하는 의도는 좋습니다. 소수로 모여봤자 메스컴에 보도도 안되고 티도 안난다. 맞습니다. 그런데 왜 광화문인가요? 광화문엔 차벽이 있는데.
차벽에 로프 묶어서 끌어내도 불가능합니다. 차벽이 1겹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진은 제가 08년 쇠고기 촛불집회 당시 제 핸드폰으로 찍은 것입니다. 이렇게 차벽은 2중, 3중으로 있습니다. 버스 한 대 끄는것도 힘듭니다. 또 차벽을 치고 버스 안쪽에선 끌려 나가는것을 막기 위해 버스 끼리 혹은 가로수에 묶어둡니다.
차벽은 절대 무너지지 않습니다.
- 물리력을 동반해야 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선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견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가 복무하던 당시도, 지금도 그렇지만... 촛불만 들고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생각합니다. 촛불을 들고 군집해서 민의를 보여 주는 것은.... 최소한의 도덕성과 상식이 있는 집단에게나 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지도부가 있으면 안되는 것인가
이 부분도 마찬가지, 격렬한 논쟁이 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쇠고기 촛불집회 때 '다함께'같은 트로츠키 신봉자들이 시위대를 자기들 멋대로 끌고 다니며 경찰병력이 포진한 가운데 떨어트려 놓곤 자기들은 도망가는 일이 있었기에 부정적으로 보이며 반대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직된 경찰 병력을 상대로 단순히 군중이 집결하는 것으로 뭔가 달라질 것은 없을 듯 합니다.
- 장기전
촛불집회 당시 제 경험을 비추어 본다면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면부족이었습니다.
새벽이 밝아오고 출근시간이 다가올 때 쯤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올리고, 부대 복귀하면 9시나 10시쯤이었습니다. 2시간 자고 점심 먹고 다시 출동, 별 다른 일 없는 낮시간 동안 버스에서 쪽잠자며 돌아가며 교대근무. 이것도 하루이틀이지, 5월 30일 처음 물대포를 사용한 날 부터 석 달이 넘도록 지속되니 정말 죽을지경이었습니다.
지금이라고 다를까요. 경찰 병력은 그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차벽을 친다 하더라도 상존하는 병력이 있어야 합니다. 시위에 참석하는 시민들이야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거리로 나오면 되지만 경찰은 거의 매일 출근입니다. 어제부터 촛불 문화재를 매일 하기로 했다지요.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되도록 밤 늦게까지, 군데군데 분산해 있어야 합니다.
- 게릴라
앞서 광화문으로 진출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첫 째가 차벽이고, 또 하나의 이유는 위험부담입니다.
2008년 7월 초순에 있었던 작전입니다. 차벽(검은색)으로 틀을 만들고 진압중대가 진격, 뒤로 물러나는 시위대 꼬리를 조금씩 끊어가며 고립된 사람들 전원 연행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렇듯 차벽이 있는 곳으로 몰리면 체포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제인가요. 주갤과 스누라이프에서 서울 권역별 행진을 주도하자고 했는데요. 여기에 하나 추가하여 성동격서의 전략을 취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게릴라 식으로 종로에서, 광화문에서, 시청광장에서, 서울역 앞에서, 용산에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새누리 당사 앞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경찰 병력이 이동하기 전에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시청앞에서 기습시위, 광화문에 버스를 세우고 있던 경찰들이 긴급 출동하는 사이 흩어지고, 경찰들이 시청광장에 집결할 때 쯤 다시 광화문에 있던 사람들이 하야를 외치고 또 사라지고.
이게 가능하려면 미리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합니다. 제가 언급한 장소에는 최소 경찰 1개중대 이상의 경력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곳입니다. 그들 자체 병력으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인원이 모였다가 사라져야 하는데 이건 어떠한 지도부가 없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한 전략이지요.
그렇기에 저는 지도부가 전략 전술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쓰다보니 쓸데없이 장황한 글이 되었네요. 두서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다른 생각, 더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이야기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