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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진의 흔한 체력
게시물ID : humorstory_4150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랑아리
추천 : 6
조회수 : 432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4/05 16:25:44
 
안녕하세요.
 
34살 먹은 81년생 남징어입니다.
 
여친 없으니깐 음습체로 쓸께요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해 보겠음.
 
81년생, 34살 현직 공무원
 
 
공뭔 생활 몇년 하다보니 안정적인건 좋은데..
 
솔직히 좀 지루하고 따분하고 재미없음.
 
 
그렇다고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주는 메리트를 포기하긴 힘들고 해서,
 
뭔가 다이나믹하고 보람될 만한 직종으로 바꿔보려고 생각중.
 
 
마침 이번에 소방관 시험이 있길래 전직 시도중임.
 
붙으면 전직, 떨어지면 그냥 조용히 하던 일이나...ㅋ
 
 
 
애초에 운동 좋아하고 원래 체력에도 자신 있었던지라...
 
3개월전 가벼운 마음으로 체대입시 학원에 등록했는데...
 
너무 자만했다는걸 깨달음.
 
 
생각보다 체력 허들이 엄청 높음.
 
 
특히 본인이 자신 있어하던 종목들은 악력이나 배근력 같은 주로 힘쓰는 종목들인데...
 
다행히 그건 나름 잘 나옴.
 
반면에 생각지도 못했던 좌전굴... -_-+++
 
아.. 진짜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답 안나오는 좌전굴...
 
그리고 여전히 갈길이 멀고 먼 제자리 멀리뛰기...
 
그리고 의외로 안 나와서 깜놀했던 셔틀런...
 
 
 
첫날 테스트 받아보고 자존심 완전 박살남.
 
그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3개월전부터 꾸준히 다니고 있음.
 
 
지금 현재는 60점만점에 평균 55점 정도로 나름 준수하게 순항중임.
 
 
 
그런데,, 현직 공무원이다보니 체력학원 나가는 시간이 좀 애매함.
 
원래 소방관 준비반은 오전에 하는데...
 
그 시간에는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녁 퇴근 후 저녁 8시 체대 입시반 꼬꼬마들이랑 같이 수업을 들음.
 
소방이랑 종목이 겹치는게 많이 있어서, 그냥 꼬마들 사이에서 같이 섞여서 들음.
 
8시반은 그 학원 끝나기 전 타임이라 사람이 적은편임.
 
 
남자애 2이랑 여자애 3, 그리고 본인 요렇게 6명이 다임.
 
본인이 올해 34살이므로 애네들 나이 딱 2배임...;;
 
 
그런데 두둥...
 
어제 저녁 수업에 새로운 녀석이 나타남.
 
 
코치가 데리고 와서 애들 앞에서 인사 시키는데 좀 껄렁껄렁함.
 
그리고 본인이랑 남자애 2명 보더니 기선 제압을 하려는 건지..
 
자기 소개도 시건방지게 하면서 본인이 자기네 학교 일진이라고 그럼.
 
물어보지도 않았는데...ㅋ
 
 
 
원래 수업 같이 듣는 남자애 2명도 일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뭐 워낙 나이 차이도 많이 나니깐
 
본인한테는 형님 형님하면서 잘 따르고 깍듯이 대함.
 
하지만 애네들 체력 보면 최소한 어디 나가서 맞고 다닐 그럴만한 애들은 아님.
 
여튼 그래서 그런지 그 일진의 '나 일진이요' 라는 황당한 소개에도 눈하나 꿈쩍 안함.
 
 
본인은 뭐...
 
그냥 귀엽게 생각함.
 
내 조카보다도 어린 녀석이 그냥 객기 부리는게 귀여움.
 
 
첫날이라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어차피 우리도 맨날 수업시간에 하는거라 같이 섞여서 함.
 
 
그 자칭 일진 녀석...
 
일단 생긴걸 묘사하자면...
 
 
음....
 
그냥 말랐음....
 
일진이라는데 도대체 근육은 어디다 숨겨뒀는지 모를 정도로 삐쩍 골았음.
 
키는 큰편.. 한 180 정도 되어 보이는데 삐쩍 말라서 그런지 좀더 커 보이는 편...
 
얼굴은 뭐 그냥 흔하게 생겼음.
 
길거리 지나가다 마주쳐 지나가도 기억도 못할 만큼...
 
 
어제는 그 녀석 테스트 하느 자리라서 먼저 코치한테 간단한 요령을 듣고,
 
그녀석이 먼저 테스트를 받음.
 
 
먼저 간단한 러닝후에 좌전굴...
 
근데 이녀석이 여기서 대박을 침...
 
 
본인은 3개월 내내 죽어라 찢어댔는데도 몸이 뻣뻣해서 현재 23센치 정도 밖에 안 나옴..
 
그런데 그녀석은 별로 힘도 안 들이고 쭈욱~ 굽히니깐 28 센치...
 
소방기준으로 하면 25.8이 만점이므로 그녀석은 만점을 받은 것임.
 
 
코치가 잘 했다고 칭찬해줌.
 
그녀석 갑자기 하이텐션...
 
자기가 원래 운동은 타고 났다느니, 그래서 체대쪽으로 생각해서 여기 왔다느니
 
뭐 물어보지도 않은 말들을 떠벌떠벌.
 
 
그러면서 나를 막 불쌍하다는 눈으로 쳐다 봄.
 
 
뭐 좌전굴은 본인의 약점이니깐 솔직히 할말 없음.
 
 
 
암튼 어제 코치가 테스트 결과표 적은거 프린트 해 준거 있으니깐
 
자세히 적어볼께요
 
 
 
두번째 배근력.
 
이번에도 이녀석이 제일 먼저 했는데, 110 킬로 그램을 땡김.
 
본인이 땡긴 다음에 100 킬로 넘었다는 사실에 흥분했는지 결과 보고 막 아자!!! 이러면서 소리도 지름.
 
 
본인을 포함한 나머지들은 그 모습 보면서 '뭐야 저 병신은?' 이런 표정이었음.
 
왜냐하면 배근력 100킬로면 그냥 병신임.
 
참고로 남자 소방 기준으로 만점이 206 킬로 그램임.
 
100 킬로면 그냥 빵점.
 
 
다음 본인 차례.
 
245 킬로 그램 땡김.
 
평소에 데드 리프트 130 ~140 정도 함.
 
 
그때부터 그 녀석 표정이 가관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옆에서 특유의 껄렁대는 얼굴로 '오~ 형님 운동 좀 하셨나 보네요?" 막 이럼.
 
 
그 이후 이어진 콤보,
 
남자애 1 배근력 220
 
남자애 2 배근력 212
 
여자애 1 배근력 135
 
여자애 2 배근력 141
 
여자애 3 배근력 132
 
 
 
이제서야 갑자기 이녀석 말이 없어짐.
 
 
그리고 이어진 악력.
 
측정기 잡고도 막 고래 고래 기합을 질러가면 쥐어짬.
 
악력 41
 
 
그리고 본인 차례 악력 79 (남자 소방 기준 60점 만점)
 
남자애 1 악력 61
 
남자애 2 악력 58
 
여자애 1 악력 39
 
여자애 2 악력 45
 
여자애 3 악력 43
 
 
 
 
점점 작아지는 일진
 
 
 
윗몸 일으키기 1분 제한 (52개 만점)
 
 
일진 33개
 
본인 58개
 
남자애 1 53
 
남자애 2 54
 
여자애 1 45
 
여자애 2 45
 
여자애 3 43
 
 
 
점점 작아져서 존재감이 희미해진 일진
 
 
이어서 제자리 멀리 뛰기 (남자 소방 기준 263)
 
일진 218
 
본인 257
 
남자애 1 266
 
남자애 2 260
 
여자애 1 196
 
여자애 2 192
 
여자애 3 200
 
 
 
근데 여기서 웃긴게 일진 녀석이 갑가지 코치한테 이의를 제기함.
 
뭔가 이상하다고
 
자기 학교 체력장에 2미터 60 뛴다고 그럼.
 
 
다들 아시겠지만 학교 체력장에서 가라로 대충 재는 모래판 뛰기가 아님.
 
체력 학원에서는 센서로 측정함.
 
참고로 본인도 처음 학원 등록할 때 학창시절의 기억만 갖고
 
대충 뛰어도 한 2미터 60은 나올 줄 알았음.
 
근데 2미터 60은 개뿔.
 
처음 뛰었을때 2미터 30 겨우 나옴.
 
 
여튼 그녀석의 항의는 센서판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묵살되고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셔틀런.
 
 
이것도 본인이 3개월 전에 치욕을 맛본 종목 중 하나임.
 
작년에 가을 마라톤 대회에서 하프 마라톤 한번, 그리고 10킬로 마라톤 한번
 
총 2번은 완주할 정도의 체력은 되었던지라
 
그냥 여유로 만점 (남자 소방 기준 78개) 뛸 수 있을줄 알았는데...
 
 
미친... 60개 채우고 쓰러짐.
 
셔틀런 특성상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데, 50개 넘기는 순간부터 정신이 아득해져 오다가
 
겨우 겨우 60개 채우고 뻗었던 기억.
 
그 이후로 겸손하게 매일 매일 트레이닝 해서 지금은 78개 만점 뜀.
 
 
이거 뛰는데 자칭 일진 녀석
 
30개 하고 나가 떨어짐.
 
 
그 일진 녀석
 
아주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모습으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이어서 막바로 스쿼트 150개 들어감 (맨날 하는 트레이닝 종목임)
 
다른 애들, 심지어 여자애들도 150개 채우는데
 
그 일진 녀석 50개도 못하고 주저않음
 
 
스쿼트 끝나고 개구리 점핑 30회 하는데 이것도 다리 풀려서 못함.
 
개구리 점핑 끝나고 다시 제자리 점핑 30회랑 피치 달리기(다리 들어올리면서 달리기) 하는데
 
눈 풀려가지고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음.
 
그리고 런지 양쪽 각각 50회씩하는데 이거 하다가 다시 땅바닥에 주저앉음.
 
 
다시 마무리 운동으로 셔틀런 50회 하는데
 
 
이젠 뛰지도 못하고 걸어다니다가 바닥에 주저앉아서
 
코치가 진로 방해 하지 말라고 트랙 밖으로 끄집어냄.
 
 
수업 끝나고 계단 내려가는데 다리 풀려서 계단을 못 내려가서
 
코치가 업어서 1층에 데려다 줌 ㅋ
 
 
 
자칭 일진이라고 호기롭게 자기 소개 하길래 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 뭐 이리 허약함
 
본인 학창 시절이래야 벌써 17년전이지만...
 
그때 일진이라고 하는 애들은 최소한 체력이라도 좋던가 덩치가 좋거나 맵집이 쎄거나 라도 했는데...
 
요즘 일진들은 왜 그래요?
 
 
다리는 로우킥 한대 맞으면 역관절될 것 같고
 
허리는 그냥 살포시 접어주면 접히겠더만...
 
 
요즘 일진들은 그냥 '내가 일진이다' 라고 먼저 일방적으로 선언하면 일진되나 봐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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