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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휘발유 먹은 숨결, 너를 앓고 싶어 환장한 몸.txt 有
게시물ID : lovestory_77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봇
추천 : 12
조회수 : 1082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2/14 20:06:12
고춘식 / 봄, 교실에서
얘들아 저 봄 봐라창문을 열었지요
그런데 아이들은힐끔보곤 끝입니다
지들이 그냥 봄인데보일 리가 있나요.
서덕준 / 바늘
나의 인연은 너로 꿰매어진다꿰어지는 실은 통증이며 바늘은 곧 당신이다.
그때는 왜 알지 못했는가
실이 꿰매어진 뒤엔항상 바늘이 떠난다는 것을.
원태연 / 상처
먹지도 않은 생선가시가목에 걸려있는 것 같다그것도늘.
황경신 / 달리다
너를 만난 이후로나의 인생은 세 가지로 축약되었다
너를 향해 달려가거나너를 스쳐 지나가기 위해 달려가거나너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달려간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내 눈을 감기세요
내 눈을 감기세요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그래도 나는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잡을 것입니다손으로 잡듯이 심장으로 잡을 겁니다
심장을 멎게 하세요, 그럼 뇌가 고동칠 것입니다
마침내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그 때는 내 피가 흘러 당신을 실어 나르렵니다.
김종삼 / 묵화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정병근 / 옻나무
여차하면 가리라옷깃만 스쳐도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너에게 확 옮겨 붙으리라옮겨 붙어서 한 열흘쯤두들두들 앓으리라
살이 뒤집어지고진물이 뚝뚝 흐르도록 앓다가씻은 듯이 나으리라
네 몸 속의 피톨이란 피톨은모조리 불러내리라불러내어 추궁하리라
나는 지금 휘발유 먹은 숨결,너를 앓고 싶어 환장한 몸.
서덕준 / 손
당신과 불현듯 스친 손가락이불에라도 빠진 듯 헐떡입니다.
잠깐 스친 것 뿐인데도 이리 두근거리니작정하고 당신과 손을 맞잡는다면손등에선 한 떨기 꽃이라도 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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