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부친이자 사교인 영세교 교주였던 최태민(1994년 사망)씨가 “박근혜와 나는 영적 세계의 부부”라고 말하고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또 “내가 육영수 여사로 빙의(憑依)한 몸이 되어 박근혜 앞에서 말하자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가 깨어나는 입신을 했다”고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빙의 입신’ 대면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씨의 첫 대면 내용이 담겨 있는 중앙정보부 보고자료를 기준으로 볼 때 1975년 3월로 추정된다.
이 같은 증언은 7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최씨와 교계 활동 및 교류를 해온 전기영(78·서산 충성전원교회·사진) 목사와의 장시간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전 목사의 인터뷰는 지난 27∼30일 교회 사무실 등에서 직접 대면 및 전화 등을 통해 이뤄졌다.
전 목사와 최씨는 70년대 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종합총회의 부총회장과 총회장 신분으로 만났다. 종합총회는 70, 80년대 300여개 교회가 가입한 교단이었으나 지금은 50여개 교회가 속한 군소 교단이며 현재 전 목사가 총회장을 맡고 있다. 전 목사에 따르면 최씨는 당시 자신이 세운 영세교 교세 확장을 위해 이 교단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전 목사는 최씨와 함께 활동했던 당시 불거진 ‘최태민·박근혜 연인설’에 대해 “최씨에게 직접 물어본 적이 있다”면서 “그때 최씨는 ‘박근혜와 나는 영의 세계 부부이지 육신의 부부가 아니다’고 말한 걸 들었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보부가 1979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씨는 당시 각종 비위와 여자관계 추문 등으로 구설에 올라 있는 상황이었다.
항간에 떠도는 최씨의 육영수 여사 현몽(現夢) 이야기(‘육 여사가 꿈에 나타나 박근혜를 도와주라고 전했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이 있었다. 전 목사는 “최씨가 현몽에 대한 편지를 청와대에 보낸데 이어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 ‘내가 육 여사의 표정과 음성으로 빙의했다’고 말했다”면서 “최태민이 내게 말하길 ‘육 여사 빙의에 박근혜가 놀라 기절했다가 깨어났다. 육 여사가 내 입을 빌려 딸에게 나(최태민)를 따르면 좋은 데로 인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박근혜는 입신(入神·신들림)한 상태였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대변인을 지낸 전여옥 전 의원이 지난 29일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꿈에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나타나 ‘나를 밟고 가라. 그리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최태민 목사와 상의하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중앙정보부가 작성한 ‘최태민 비리 자료’ 보고서에도 최씨가 1975년 박근혜에게 3차례 육 여사가 꿈에 나타나 근혜를 도와주라고 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