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도 아니고, 그리 길지도 않지만...
처음 도쿄에 와서 혼자 생활하게 되었을 무렵이었다.
낯선 타향살이와 직장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어느새 머릿 속에는 부정적인 생각만이 가득 차 있었다.
일 문제와 생활 문제 때문에 하루하루 고민만 늘어났고 자살까지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밤, 나는 목숨을 끊기로 마음 먹었다.
유서까지 쓰고, 손목을 긋기 위해 칼을 막 손목에 댄 순간...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평상시에는 매너 모드로 해 놓는데...
전화를 받자 할머니 전화였다.
눈도 나빠서 혼자서는 다이얼도 못 누르는 주제에.
처음에는 종종 연락을 하라느니, 일은 괜찮냐느니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기운이 없는 것 같구나. 감기라도 걸렸니? 할미는 이제 살 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 대신 아프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빌어주마. 그러니 아무 것도 걱정하지 마. 힘든 건 할머니가 다 받아줄테니까. 그러니까 일 열심히 하려무나. 잘 지내고.]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나는 칼을 던져버리고, 밖에 나가 밥집에서 잔뜩 밥을 먹고 돌아와 잤다.
핸드폰은 매너 모드인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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