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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하는 남자
게시물ID : panic_774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뼈없는고자
추천 : 26
조회수 : 4546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5/02/14 03:15:44
To. 마크 프라우드 선생님께. 

 선생님, 혹시나 이 서신을 다 읽으시더라도 놀라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제 이름은 Remaerd mai 입니다. 32살 인도계 남성이고 직업은 간호사입니다. 멕시코에 거주하다 현재 플랫버쉬 거리에 달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쓰고자 결심하게 된 이유는, 작년 겨울 멕시코만에서 첫번째 대지진이 발발한 다음 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제가 겪고있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했지만 그 누구도 믿지않았습니다. 

먼저, 저는 지독한 무수면증 환자입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숙면을 취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일년에 몇 번, 아주 얕은 잠을 자긴 하지만 수면 시간은 1시간도 채 되지않습니다 .숙면을 취한다는것이 무슨 느낌인지조차 모른 채로 지난 32년을 살아 왔습니다.

 뿐만아니라 잠을 자지 못해서 찾아오는 피로감 또한 일년에 몇번의 얕은잠을 자고나면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수많은 정신과를 찾아다녔지만 의사들의 진단에 따르면, 저에게는 무수면증 환자에게 흔히 보이는 증상들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다들 제가 무수면증 환자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으며, 센트럴힐 병원의 글로버 선생님은 오히려 정신분열에 더 가깝지않겠느냐는 소견서를 써 주셨습니다. 

큰 병원에서 뇌검사를 받았을 때도 문제가 전혀 발견되지않아 지금껏 당연하다고 느끼며 살아왔습니다만, 선생님께서 최근 발표하신 논문을 읽고 무언가 확실히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꼭 답장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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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Mr. Remeard mai.  

Mai 씨 , 답장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세계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앙으로 저 또한 잠을 거의 자지 못해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글로버 선생님은 학계에서 아주 저명하신 분이라고 얼핏 들었는데 제대로 된 진단을 하지 못하셨다는 사실은 유감이군요. 

저보다 더 심한 분이 계셨다니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저의 분야가 통계와 분석에 관한 쪽이라, 행여 Mai 씨에게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할까 걱정이군요. 

제일 최근에 발표한 논문이라 하면 작년 8월에 발표한 논문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근 30년동안 발발하고 있는 재앙들의 규칙성에 관한 논문입니다. 

혹시 언급하신 게 이 논문이 아니시라면 논문의 제목이나 주제를 말씀해 주십시오. 
더욱 상세한 연구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만 글 줄이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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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마크 프라우드 선생님께.  

최근들어서 이상증세로 반쯤 미친듯이 지냈습니다. 선생님께서 제 서신에 답장을 해주신 것만으로 저는 드디어 구원을 받는 기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말씀드린 논문이 바로 그 논문입니다. 아시다시피, 근 30년간, 지구의 자전축이 심각하게 기울고 맨틀의 성분변화와 이례적인 천체 변동으로 인류의 60%가 사망하고 대부분의 국가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 중 그 누구도 이 동시다발적인 재앙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재앙들은 우리에게, 인간은 너무나도 연약하며 무한한 시간과 공간속에서 극한으로 작고 힘없는, 찰나의 존재임을 깨닫게 했습니다.

 때론 정말 내가 사는 이 세상과 나의 가족, 친구, 연인...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실제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아.. 잠시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샌 것같네요. 

각설하고, 처음 보냈던 서신에서 무수면증인 저도 일년에 몇 회 정도는 잠시 눈을 붙인다고 했던 게 기억나십니까? 

제가 말씀드리고자 한 바는, 선생님께서 정리하신 30년 간 재앙이 발생한 날들과, 제가 얕은 잠을 청했던 날들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입니다. 

선생님께선 그 논문에서, 재앙의 날짜와 장소의 규칙성을 찾아 저번 멕시코만 대 지진을 예고하지 않으셨습니까. 

논문을 우연히 읽었던 당시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멕시코만은 지각운동의 영향을 받긴 해도 30년간 단 한번도 끔찍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대 재앙들의 날짜와 제가 얕은수면을 취한 날짜가 일치하는 것도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예고된 당일, 어쩌다보니 얕은 잠에 들게 되었고 한시간 후 일어났을 때엔 이미 재앙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벗어나, 목숨은 건질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느껴졌습니다. 아니, 확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계속 얕은 수면을 취한다면 이 세상은 언젠가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결국, 그날이후로 거의 1년간 저는 잠깐의 얕은 잠도 허락하지 않고있지만 점점, 본 서신에서 처음 언급했던 이상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얕은 잠을 자지 못하여 생긴 후유증으로, 누군가가 저의 이름을 여러번 부르는 듯한 환청이 들리면서 미친듯이 잠이 몰려옵니다. 

이런게 바로 수면욕 이라는 것이군요. 제가 눈을 붙일 때 마다 재앙이 일어나는 문제만 해결한다면 무수면증은 쉽게 치료될 것 같습니다. 꼭 답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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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Mr. Remaerd mai.  

두번째 서신을 받자말자 바로 이 답신을 작성합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아야 할 사실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Mai 씨, 봉투안에 저희 연구시설의 주소를 적어두겠습니다. 
혹은 날짜와 정확한 장소를 정해 주신다면 저희 직원들이 직접 현 거주지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답신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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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가 Remaerd mai 씨와 주고받은 짧은 편지의 일부이다. 

 군대를 동원하여 이 남자의 신변을 인수하였고 현재, Remaerd mai 는 세계 구호 조직들과 남은 국가의 군사력을 소집하여 철저한 통제 속에, 잠시라도 눈을 붙이지 못하도록 감시받고 있다.  


분명, 나에게도 국가연합의 지시가 있었지만 어떻게 그들이 Remaerd mai 라는 인도계 남자의 존재를 알았는지에 대해선 미지수이다. 


 그를 붙잡고 나서 20년이 흘렀다.  


확실히 천체의 괴이한 변이와 일그러짐은 사라졌고 더이상 세계엔 어떠한 재앙도 찾아오지 않았다. 

 국가기밀로 보호중인 Remaerd mai 는 20년 간 잠을 자지 못하여 완전히 미친상태이지만,

 놀랍게도 그는 에너지원 없이 생존하며 나이도 전혀 먹지 않는다. 물론 믿기 힘들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선 Remaerd mai 라 불리우는 그 자신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모든 생물이, 

모든 인류역사와 
우주의 법칙과 비밀들이 ,

이 세계가,
 
심지어 자아를 가졌다고 
확신하는 나의 존재조차, 






  설명할 수 없는 한 존재의 꿈속 이야기일 뿐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믿겨지지 않는다.











레딧스타일로 써봤습니다... 
미숙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써놓고 보니 뭔가 어디서 본 것같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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