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어이가 털리는 이번 사건에 경악을 해서(....)
어제 밤을 새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리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오늘 오후에 청계광장 집회에 참여했던 흔남입니다.
도저히 이걸 안 가면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러워질거 같더라구요;;
이대 여학생의 캐다 캐다가 왕릉이 나왔다는 드립도 웃겼고
철도 노조 아저씨의 시국선언문도 묘하게 웃겼고 (ㅂㄱㅎ가 독일식이랜다 근데 우리는 프랑스껀데)
성남 시장 이재명씨의 딜링은 딜 미터기를 뚫고 우주로 승천할 기세였고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분의 노래는 생각보다 너무 좋았고 (바꿔야~해!!)
아무튼 그렇게 행사를 마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행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행진하면서 노래를 하나 들었는데...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3.1 정신으로, 5월의 노래로, 6월의 함성으로 역사를 바꾸자 이거였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참여했던 집회였는데,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이렇게 서울 대로를 꽉 채울 정도로 많았다니... 진짜 벅차오르는게 있더라구요.
그러다가 스피드가 느려지길래 봤더니 뭔 벽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엉성했던게... 옆이 훤하게 뚫려있고, 경찰도 없었던지라
시민들은 무난하게 광화문 광장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여기서부터는 단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길래 앞에 가서 봤더니
네 말로만 듣던 인해장벽이 제 눈 앞에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집회가 거칠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X친 평화시위인데 왜 막은거지? 이렇게 차단하는데 타당한 근거가 있나?"
두번째로 들었던 생각은
"굳이 이 차단 너머로 행진을 이어가야 하는 것인가"
였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여기가 약합니다! 뚫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갑시다!" 하면서
주머니요괴도 아니고 몸통박치기를 하면서 충돌하는 거를 보니....
경찰과 충돌을 일으키면서까지 그 지점에 도착해야하는 이유가 있는건가 싶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집회를 안 와 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없는 전율과...그 소름.....
신념들이 뭉쳐서 이렇게 큰 물결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저는 9시 30분까지 있었습니다. 저녁을 안 먹고, 집회 참석하기 전에도
서울 디저트 페어에서 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너무 힘들어서....;;
그 때까지 충돌은 없었습니다. 가끔 저렇게 밀당이 왔다갔다하면 또 어디서 증원되었는지
출렁였던 부분에 바로 인력을 덧대는 경찰의 인해전술은 참 대단했구요;;
세종대왕님 뒷 쪽 지하철 입구쪽은 안 막아놓았던지라,
굳이 가려고 한다면 지하철로 해서 나갈 수 있어보였지만....
거기서부턴 뭐 전쟁 전략을 보는 느낌이니....
이렇게 대치하고 있는 중의 시민들의 대응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벌써 후기들이 올라오고 있던데... 뭐 우주의 기운 드립이나, JTBC 그런 것도 있었고...
제가 봤던 것은 브레멘 음악대? 진짜 관악기랑 뭐 별의별 악기를 다 들고 온 악단이
시위대와 경찰 사이를 연주하며 지나가는(...) 진풍경을 보여주기도 했구요
중간 중간 계속 누군가가 "충돌은 안됩니다!!" 하는거 보고 안심하기도 했습니다.
한 전경이 실수로 관객들 사이로 흡수되어버리자, 어떤 아저씨가 "너 왜 여기있어 어서 돌아가"
하면서 도로 넣어주는 훈훈한 광경을 보기도 했구요.
하긴 싸우러 온 게 아니죠. 한 명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였던 거니까.
아무튼 이상으로 이번 집회 후기를 마쳐보겠습니다.
*사진은 직접 찍은건데 혹시 초상권? 문제 되면 내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