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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rest - 소리를 읽는 방법
비가 온다.
이쯤에서 너도 왔으면 좋겠다.
보고 싶다.
김민호 / 비가 온다
그리운 날엔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엔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도 남는 날엔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나태주 / 사는 법
한 사람을 알고부터
내 스스로가 선택한
가장 아름다운 고통이다.
김병훈 / 짝사랑
아, 당신이라는 현기증
당신이라는 눈물겨운 문장
나는 오늘도 당신이 사라질까 두려워
당신을 옮겨 적는다.
최갑수 /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너는 나의 옷자락이고 머릿결이고 꿈결이고
나를 헤집던 사정없는 풍속이었다.
네가 나의 등을 떠민다면
나는 벼랑에라도 뛰어들 수 있었다.
서덕준 / 된바람
보고 싶어도 꾹 참기로 한다
저 얼음장 위에 던져놓은 돌이
강 밑바닥에 닿을 때까지는.
안도현 / 봄이 올 때까지는
네 손등의 솜털을 지문으로 쓰다듬으며
손 참 못생겼다며 실없는 장난이라도 치고 싶었는데
좋은 향기가 난다며 네 손에 코를 박고
킁킁대는 시늉을 하다 불현듯
손등 위로 입술도 맞춰보고 싶었는데
너 다섯, 나 다섯의 손가락으로
서로를 부둥켜안고서
함부로 너와의 미래를 채색해보다가
네 뺨을 자두처럼 만들어버리고도 싶었는데 말야.
내 시나리오는 다 완성됐어.
이제 너는 내게 다가와서
가만히 나의 손을 맞잡으면 되겠다.
서덕준 / 깍지
오늘은 아무 생각 없고,
당신만 그냥 많이 보고 싶습니다.
김용택 / 푸른 하늘
近來安否問如何 (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 (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 (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 (문전석로반성사)
요사이 안부를 여쭙나니 어떠하십니까?
달 비친 사창에 저의 한이 많습니다.
꿈속 넋에 자취를 남기고자 한다면
문 앞에 돌길이 반쯤 모래가 되었을 걸.
이옥봉 / 몽혼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한용운 / 해당화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나는 풀이 죽어
마음으로 너의 웃음을 불러들여
길을 밝히지만
너는 너무 멀리 있구나.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신달자 / 늦은 밤에
네 동공의 궤도를 돌고 있는 나는
너를 추종하는 위성이야
너의 살갗을 맴돌 뿐인데
내 마음에선 왜 꽃덤불이 여울져?
네 앞에서 나는 왜 언어를 잃어버려?
네가 공전하는 소리는 나를 취하게 해
아득하게 해 나는 허파를 잃어버리지
이렇게 너의 숨소리는 참으로 달콤한 환청이야
이봐, 보고 있다면 나를 좀 구해줘
네게 한 걸음을 못 가 헐떡이는 너의 위성을.
서덕준 / 인공위성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