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쭤봐도 될까요?"
"그럼! 궁금한 게 뭔데?"
"아빠는 한 시간에 돈을 얼마나 버시나요?"
남자가 화가 나서 말했다.
"그건 네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야. 그런 것을 왜 물어 보는 거냐?"
아이가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냥 알고 싶어서요. 말해주세요. 한 시간에 얼마를 버시나요?"
"네가 정 알아야 되겠다면... 한 시간에 6천원이란다."
"아."
소년은 고개를 숙였다.
다시 아버지를 올려다보며 그는 말했다.
"아빠, 저에게 5천원만 빌려주실 수 있나요?"
아버지는 매우 화가 나서 말했다.
"네가 돈을 빌려달란 이유가 고작 멍청한 장난감이나 다른 쓸모없는 것을 사려는 거라면 당장 네 방에 가서 잠이나 자라!! 네가 도대체 왜 그렇게 이기적인건지 반성하면서! 나는 매일매일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있고, 그렇게 유치한 일에 낭비할 시간 따윈 없다!"
그 작은 소년은 말없이 방으로 가서 문을 닫았다.
남자는 아들의 질문에 대해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것을 느끼며 앉아 있었다.
어떻게 돈을 빌리기 위해 감히 그런 질문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한 시간쯤 지나고 마음이 좀 가라앉자, 남자는 자신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5천원으로 꼭 사야만 하는 것이 있었던 것이겠지...'
'게다가 평소에 자주 돈을 달라고 하던 녀석은 아니었는데...'
남자는 아들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자니?"
"아니요, 안자고 있어요"
"아빠가 생각해봤는데... 아깐 내가 좀 심했던 것 같구나..."
"요즘 힘든 일이 너무 많아서 화풀이를 했던 것 같구나..."
"자, 여기 네가 달라고 했던 5천원이다."
"고마워요 아빠!"
하고 아이는 소리쳤다.
그리고 베개 밑으로 손을 넣더니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는 것이었다.
남자는 아들이 벌써 돈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소년이 천천히 돈을 펴더니 아버지를 쳐다 보았다.
아버지는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돈이 있었으면서 왜 더 달라고 한 것이냐?"
"왜냐하면, 돈이 모자랐거든요. 그렇지만 이제 됐어요."
"아빠, 제겐 6천원이 있어요."
"아빠의 시간을 한 시간만 살 수 있을까요?"
"내일은 조금만 일찍 집에 돌아와 주세요. 아빠랑 같이 저녁을 먹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