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권력을 운용하는 시스템 전반이 붕괴된 지금, 우리는 미래의 재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앞으로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는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 현실주의적 합리와 이상주의적 정의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
현실주의적 합리에 의한 선택은 좀 더 안전해 보이지만 거대한 옳은 방향을 놓치게 될 공산이 크다.
매 순간 상인의 합리만 가지고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어느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최순실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상주의적 정의만 고집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옳은 주장”만을 외치다가 스러져간 선조들을 보아 왔다.
제아무리 옳은 주장이라 하더라도 현실에서 구현되는 것이 불가능한 이야기는 버리고 미룰 줄도 알아야 한다.
미래를 제대로 재건하기 위해서는 저 두 가지 극단 중간의 어디쯤 자리 잡고 있는 정답을 찾아야 한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권을 어찌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고려해 본다면, 지금 터져 나오는 여론대로 탄핵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아무런 공적 지위가 없는 사이비 종교인에게 모든 선택을 맡기던 천치적 무능함을 자랑하는 박근혜를 단 하루라도 더 대통령의 자리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탄핵을 하건 자진 하야를 하건 물러나게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강제로 끌어내리기라도 해야 한다. 이게 이상주의적 정의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 대안은 무엇인가? 없다. 불행하게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심지어 박근혜를 이만큼 궁지에 몰아넣고 초유의 사과라도 하게 만든 공로는 일개 종편 언론사의 보도부문 사장인 손석희에게 있지 그 수많은 야권의 정치인들에게는 하나도 없다.
탄핵을 하자고? 현재 야권의 의석을 탈탈 모아도 160여 석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과반이며 결코 적은 수가 아니긴 하지만 이탈표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근 40석에 가까운 추가 의석이 필요하다.
박근혜의 황당함에 질려 버린 비박계 새누리당 의원들 중에 무려 현직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질 의원 40명을 포섭해 낼 수 있을까?
포섭의 주체는 누가 될까?
또 그렇게 포섭해 내서 200석을 채우고 탄핵을 가결한다 하더라도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헌법재판관들이 탄핵을 통과시켜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거기에 탄핵에 실패라도 했을 때 불어닥칠 역풍은 어째야 할까?
또 설사 탄핵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뒤에 불어 닥칠 온정주의의 열풍은 어쩔 것인가?
그래도 어떻게 대통령을 짜르냐, 옛다 반기문 받아라~ 하게 될 미래는 어쩌라는 것인가?
이게 상인의 합리성을 가진 판단이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우리는 미래를 재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뭘 해야하는가?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을 버리고 할 수 있는 일만 한다거나, 할 수 있는 일을 버리고 해야 할 일만 추구하는 것은 찌그러진 선택일 뿐이다.
의석수를 따지고 헌재의 성향을 따지는 일은 전문 정치인들에게 맡겨 두어도 충분하다.
우리는 그저 무엇이 옳은 일이지, 즉 해야 하는 일인지를 따지고, 그 해야 하는 일 중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서 직접 하면 될 뿐이다.
탄핵이 불가능하다고? 그게 불가능한지 가능한지를 왜 당신이 고민하는가?
어차피 탄핵이라는 정치적 과정에서 일반 유권자가 도장을 찍을 일은 하나도 없다.
신경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 탄핵이라는 과정을 진행할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일을 하면 된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이 무언가를 명확히 밝혀내어 이해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실체가 무엇이었으며 그런 사람을 단 하루라도 더 대통령이라는 가장 강력한 직책에 남겨두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사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주변의 사람들에게 설득하고 설명하는 일이다.
그런 하나하나의 작은 설득들이 모여 거대한 여론을 형성하고 이 여론은 국회를 움직이고 헌법재판소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 40명을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들이 재선되기 위해서라면 박근혜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것은 야당 정치인들의 설득이 아니라 지역구 유권자들의 태도와 분위기이다.
지금 심지어 티비조선까지 나서서 박근혜를 헐뜯고 비난하는 중인데 그게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까?
헌법재판소의 늙은 판사들이 박근혜를 버릴 리 없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결되던 시점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을 따져가며 탄핵이 통과될 것이라고 설레발을 떨었다.
하지만 그 노판사들은 시청 앞에 모인 사람들이 켜든 촛불의 숫자를 보고 놀라 탄핵을 부결시킨 것이다.
탄핵을 통과시켰다가는 민란이라도 발생하겠는걸~ 하며 두려움에 떨었다는 것이다.
똑같이 박근혜에게 우호적인 헌법재판관이라 하더라도, 탄핵안을 부결시켰다간 정말 큰일 나겠다는 여론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그 누구도 부결안에 감히 손을 들진 못한다.
그게 진정한 권력의 움직임이고, 노회한 사람일수록 그런 힘의 향배에 매우 민감해진다.
우리 헌법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건 매우 상징적인 문구임과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문구다.
권력은 사람들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있는 법이다. 즉 권력의 실질적인 주체는 사람들이다.
개헌을 삼십번쯤 한다 하더라도 이 문구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권력자들 걱정하지 마시라.
진짜 권력자는 바로 당신이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그들을 만나 설득하면 된다.
왜 박근혜가 얼토당토 않는 사람인지, 권좌에 앉아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인지 말이다.
왜 당신들이 박근혜를 선택했던 것이 잘못된 일인지 설명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돌아왔는지를 보여주면 된다.
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으로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 지경이 되었는지, 우리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를 서로 이야기하면 된다.
그게 두 번의 10.26을 상기하며 새롭게 맞이하는 2016년 10.26의 아침에 여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이며 내 스스로에게 주는 다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미래를 다시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