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얘기에 나오는 친구가 지금 한국에 음슴으로 음슴체
때는 바야흐로 6년전.
나는 삼수에 성공하고 원하던 대학에 입학을 해서 한창 신나게 대학생활은 하던 중이었음.
어렸을적부터 만우절은 나에게 1년중 가장 중요한 날이었고
만우절이 끝나는 날부터 다음 해 만우절을 준비하며 지내는 해마저 있을 정도였음.
매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만우절을 즐겁게 보내왔던 나이건만
그 해 만큼은 학교생활에 치여 하루앞만 내다보는 삶이었음.
그래서일까
나는 그렇다할만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지 못했고
그래도 만우절을 거스를수 없는지라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힘든척을 하고있었음.
나의 전공을 살려서 대학까지 와봤는데
나보다 날고 기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는둥 힘들다는둥
이제 그만하고 다른일을 찾겠다는 투였음
그러던중 나와 같은 전공을 가진 친구녀석이 그게 무슨 말도안되는 소리냐며
당장 우리학교로 오겠다며 말릴 틈도 없이 전화를 끊었음.
그당시 친구네집 천호동.
내가 다니는 학교 안산...
그 먼거리를 택시를 타고 달려오는 친구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어떻게든 뜯어 말려야겠다는 생각이들어 전화를 했지만
핸드폰 곧 꺼지니깐 학교앞에서 연락을 하겠다며 핸드폰을 꺼버렸음
친구가 학교앞으로 오기까지 한시간동안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해야하나 무얼 먹여서 달래야하는가 등등 생각을 하고있을때쯤
친구에게 전화가 왔음
" 나 너네학교앞 빨간다리 밑이니깐 언넝 튀어나와 폰 꺼진다 언넝와~"
하....
집에서 학교까지는 대략 15분 거리
그중 5분 언덕....
널부러져있는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입고 학교앞으로 나갔음
그 날따라 학교가 왜이리 멀게 느껴지고
언덕은 또 왜그리 가파르게 느껴지던지....
어두컴컴한 학교앞 빨간 다리에 점점 다다랐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친구는 보이지 않았음.
덩치도 작은녀석이 아니라 서있으면 금방 찾을법도 한데...
설상가상 핸드폰마저 꺼져있고...
그쯤 내 뇌리에 스친 세글자...
역.
관.
광...............
그렇게 30분쯤이 지나서야
친구와 통화를 할 수 있었고
친구는 천호동에서 즐겁게 치킨을 먹고있었다고 함.
그 일이 벌써 6년전이라는 사실에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들고
만우절만 되면 눈온날 개마냥 뛰어놀던 내가
방금전에서야 오늘이 만우절이라는걸 깨달았다는 사실에
이것이 나이를 먹어가는건가 싶으면서
조금은 씁쓸함.
어린친구들, 동갑내기 친구들, 형님 누님들
다들 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라겠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