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께서 가끔 풀어놓으시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아카시아 나무와 연관이 되어있다. 평소 말씀을 장황하게 하는 편이 아니지만 아카시아나무가 크게 자랐던 그때 그 동네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가 길어진다. 일전에 외갓집괴담들도 사실 그때 그 아카시아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다. 세가지 정도의 일화를 간략하게 적어봤지만 그 마을에서는 어찌보면 가십거리같은 일에 불과하다.
가장 큰 사건을 이제부터 적어보려한다.
아카시아나무는 엄청 컸다. 마을의 한가운데에서 족히 백년은 넘게 살았을것 같다고 했다.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지만 어른들은 아카시아 나무 뿌리는 엄청 멀리까지 뻗어나가기 때문에 나무의 크기로 추측이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그 뿌리가 지나는 곳의 집들은 안좋은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런얘기를 자주 들으면서 왜 좋지도 않은 나무를 잘라버리지 않는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가뜩이나 재수가 없는 나무인데 누가 나서서 자르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아무도 나무의 뿌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나쁜일이 일어날때마다 아카시아 나무를 탓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카시아 나무와 가장 가깝던 집에서 안좋은 일이 벌어졌다. 부모와 아들이 같이 사는 집에서 하나뿐인 아들이 미쳤다는 것이다. 아들은 고등학생정도 됐는데 정신이 나가서 침을 흘리며 온 마을을 휘젓고 다녔다. 하나뿐인 아들이 이유도 없이 하루 아침에 미쳐버리자 부모는 아들의 치료에 매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