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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릴 때 고생 좀 해봤다고
게시물ID : lovestory_772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akenC
추천 : 3
조회수 : 46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1/19 22:47:15

내가 25살인가 26살인가에, 내가 그렇게 꿈꾸던 회사에 입사를 했었다. 
하지만 그 회사는 서울이었고 우리집은 경남 양산이었다. 
서울에 전세는 커녕 월세를 얻어줄만한 형편도 안됐고, 결국 나는 한달치 고시원비랑 10만원 딱 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 고시원은 창문이 없었다. 
주-휴-주-휴-주주-휴-야야야야야로 돌아가는 근무로테이션 중에,
고시원에 돌아와서 잠을 자다 깨면, 얼핏 휴대폰 시간을 봤을 때 1시로 나오면 지금이 오후 1시인지 새벽 1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일어나서 휴대폰을 열고 AM인지 PM인지를 봐야 구분이 됐다.

그때 월급이 120만원인가 그랬는데, 어쨌든 고시원에 사니까 밥은 공짜였고, 나머진 회사에서 먹으면 밥값은 안나갔다. 
담배값 정도만 나가니까 돈은 모였었는데, 그렇게 조금씩 쌓여가는 통장만이 유일한 안식이자 즐거움이었다. 
뭐, 아버지 병원비로 다 썼지만.

그렇게 1년을 살았다. 

어차피 게임 좋아하니까 햇빛따위 좀 덜봐도 뭐 ㅎㅎ 
웃기는 소리. 사람이 미치겠더라. 

3만원 더 추가하고 창문있는 방으로 옮겼다. 

창문이 있는 방 중에서 제일 싼 방이었다. 
창문을 열어보니까, 한뼘쯤의 공간을 두고 옆건물이 가리고 있었다. 
왜 창문이 있는데도 추가금이 3만원밖에 안되는지 알겠더라. 

햇빛이 안들었다. 
그래도 창문을 여니까 외부 바람이 들어왔는데, 그거 하나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그런 고시원 생활을 3년을 했다. 
우리 세대야, 고시원에서 3년 살았어 임맠ㅋㅋㅋ 하면 먹어주는 고생담인데, 이제 이런 건 고생담 축에도 못끼는 시대가 되었다.

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하루하루 커가는 딸아이를 보면서 어쩐지 좀 심란해질 때가 있다.

이런 세상을 남겨줘서, 물려주게 되어서 미안해 해야하는 건 나일까? 아니면 나보다 더 선대의 기성세대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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