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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양보 사이다
게시물ID : soda_7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빛
추천 : 31
조회수 : 2770회
댓글수 : 62개
등록시간 : 2015/08/20 22:03:11
오늘 계란이 다 떨어져 없으니까 음슴체

노약자석 자리양보 글 보고 생각나서 씀
첫글이라 글이 어색할 수 있으니 이해해주세요


어느날 낮에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고있었음

그런데 갑자기 생리통이 시작된거임 지금까지 내 생에 통틀어 2번째로 아픈 생리통이었음
지하철 안이 시원했는데 식은땀 흘리고 끙끙대고 부들부들떨고있었음
남들 보기에도 상태 안좋았는지 맞은편에서도 힐끔힐끔 쳐다보고 그랬음
당시 지하철은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이고 서있는 사람 전혀 없었음

그런데 한참 끙끙대고있는데 누가 내 옆자리에 앉더니 내 앞에 누가 서는거임
그러더니 식은땀흘리고 간간히 신음소리까지 내던 날 보면서 혀를 차면서 요즘 어린 것들은~하며 큰 소리로 뭐라 하기 시작함
맞은편에 빈자리 있는데도 굳이 내 앞에 서서
요즘 어린것들은 예의가 없다는 둥 가정교육이 안되어있다, 내가 니 부모뻘인데 넌 부모가 없냐는 둥 마구 뭐라 하는거임
등산을 다녀오시는지 등산복 차림이었는데 뭐라 하다가는 등산용 스틱? 지팡이? 그걸로 날 툭툭 치면서 이년저년 하면서 계속 뭐라 했음
40~50대 쯤으로 보이는 남자분이었음

진짜 아픈것만해도 주저앉고 울고싶은데 빈자리 놔두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음
심해보였는지 내 옆자리 앉은 일행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그만하라 말림
그런데 이런것들은 가르쳐서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계속 스틱으로 툭툭 치며 욕을 함
그냥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마음에 쓰러지더라도 맞은편 빈자리 가서 앉으려고 일어났음

그런데 누가 내 팔을 붙들고 부축하더니 날 노약자석에 앉히는 거임
보니까 하얀 중절모 쓴 할아버지였음
나보다 니가 더 약자인거 같으니 앉아있으라고 하시면서 앉히고 어께 토닥토닥 하시고는
봉에 기대어뒀던 지팡이를 챙겨서 내가 앉아있던 자리쪽으로 가심

그 할아버지는 지팡이는 거들 뿐인 꼿꼿한 등에 힘찬 걸음걸이로 터벅터벅 걸어가심
좀전까지 막 욕을 하다가 이젠 그 자리에 앉아 옆사람이랑 큰 소리로 대화중인 아저씨 앞에 딱 서자마자 등이 휙 굽더니 지팡이에 기대면서 아이고 삭신이야!! 로 스타트를 끊으심...
요즘 젊은것들은 네가지가 없다 세상 말세다 자식ㅅㄲ만 없는줄 알았더니 부모도 없나보다며 막 뭐라 하심

내가 앉은 자리에선 할아버지 등이 보여서 할아버지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그 아저씨 표정은 잘 보였음
한껏 구겨진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노려보더니 결국 일어나 내앞을 지나쳐 옆칸으로 넘어갔음
그리고 잠시 뒤 그 일행도 같이 옆칸으로 넘어갔음

그때 그 할아버지의 뿌듯한 미소와 후광이 비칠것만 같은 새하얀 중절모가 지금도 생생함

지나가다가 하얀 중절모 쓴 할아버지만 봐도 그때 생각나서 왠지 좋은 할아버지 같아보임


베오베 쭉 보다가 자리양보나 어르신 이야기가 너무 안좋은 이야기만 있는거 같아서 씁니다.
자리 강요하는 분들 말고도 이런 어르신도 계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출처 7년쯤 전 지하철 1호선에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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