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 화대
하늘에게 두 눈을 주어
땅에 발 디디니
밥 얻어먹고 산다
해가
나무에게로 와
새가 내게 그늘을 드리우니
내 그늘은 웃다가 울음이 되어
이승의 품에 안긴다
강물이
물 건너는 노인의 몸을 닦는다
꽃아, 나를 줄까?
신해욱, 한없이 낮은 옥상
미안해
당신을 밀어버릴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자
무수한 방향에서 쏟아지는 소나기
화요일에서 월요일로
부서진 사월에서 시월로
나의 손가락 사이로
그리고 손바닥에 묻어 있는
반짝이는 당신의 파편들
반짝이는 햇빛
반짝이는 손톱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냥 당신의 손톱이 약간
깨진 것일지도
혹은 아주 잠깐 내가
눈을 붙였을 뿐일지도
정말 미안해
손바닥에서 반짝이는 당신
당신의 눈 속에서 반짝이는 그를
당신이 아니라
내가 잊을 수가 없었어
이이체, 인간은 서로에게 신을 바친다
많은 이별을 겪다 보면
사랑이 이제 우리의 외곽일 뿐인 시간이 온다
내면이라니
제 속만 헤집느라 상한 그 동굴 속
박쥐들처럼 흉터가 거꾸로 맺히고
살갗이 조금이라도 쓰라리면
마음의 사도들이 경을 왼다
한 생의 물혹이 몸에 머무는 동안만
착오한다
밤의 언저리
성운은 월식으로 흐르는 열외의 구름
작고 무거운 종들은 바깥의 가장자리만 가진 탓에
흩어지지 못한다
다 흩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함부로 마주 보아선 안된다
서로의 사악함을 알고도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미친 자들의 눈
눈의 유해
이해인, 꽃의 말
고통을 그렇게
낭만적으로 말하면
저는 슬퍼요
필 때도 아프고
질 때도 아파요
당신이 나를 자꾸
바라보면 부끄럽고
따나 가면 서운하고
나도 내 마음을
모를 때가 더 많아
미안하고 미안해요
삶은 늘 신기하고
배울 게 많아
울다가도 웃지요
예쁘다고 말해주는
당신이 곁에 있어
행복하고 고마워요
앉아서도 멀리 갈게요
노래를 멈추지 않는 삶으로
겸손한 향기가 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