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끝나고 난 뒤였을 거에요 아마.
다들 시험 끝났으니 어디에 가자 어디가서 놀자 하면서 삼삼오오 모여 하교할 때
저는 무슨 바람인지 동아리실에 갔었거든요.
그런데 동아리실에 가니까, 저랑 되게 막역한 사이의 누나 한 명이 이미 와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더라구요.
학교 사정때문에 같은 부실을 쓰긴 하는데 원래는 다른 동아리라서, 대부분은 인사만 하고 정말 가끔 잡담 주고받는 정도로 막역한 누나였는데...
그 날도 평소처럼 인사 나누고서 제 자리에 가서 앉아서 그 때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걸 펴놓고 공부했어요.
부실은 양 벽쪽으로 책상이 쭈루룩 붙어있고, 두 개의 동아리가 각각 한 쪽 벽씩 쓰는 구조였는데, 그렇다 보니 저랑 그 누나는 완전히 등지고 있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한참을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가...몰랐는데 어느 순간부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새액 새액 하는...
무슨 소린가 하고 돌아봤더니 책 읽던 누나가 그 위에 엎드려서 잠들어 있었어요.
괜히 피식 웃고서 피곤했나보네, 하면서 책장을 넘기려는데 그 때서야 열린 창문에서 살랑살랑 바람 들어오는게 눈에 보이더라구요.
창 밖 멀리선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애들 목소리 조그맣게 들리고...
그러니 갑자기 그냥 그 순간이 너무 평화롭게 느껴져서...한참동안 그 누나 숨소리에 맞춰서 책장을 넘기던 기억이 있네요.
참...어찌 보면 아무 일도 아니지만은 늦은새벽이 되니 갑자기 그 때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