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는 미국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2차 대전 때 탄생한,
전체주의와 맞서 싸워 자유의 가치를 수호하는 이상적인 미국의 모습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현재로 건너와, 세계의 안보와 자유를 수호한다는 쉴드가 전체주의 집단 하이드라의 조종을 받는 모순을 대면할 때 갖는 고민은,
사실상 세계 경찰을 자처하지만 NSA를 통해 온 국민의 개인정보를 몰래 수집하던 자기 나라를 마주하는 미국인들의 고민과 같습니다.
안보를 목적으로 자유를 억압한다면, 그건 전체주의와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쉴드가 하이드라에게 손쉽게 점령당했던 이유도 여기서 비롯합니다. 닉 퓨리는 보안을 지키기 위해 너무나도 많은 비밀을 만들었고,
테러 분자를 제거한다는 면목으로 전 세계인을 감청하는 프로젝트 인사이트를 용인했기에 하이드라가 쉴드를 삼키고 세계를 삼킬 빌미를 마련했던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마주한 캡틴 아메리카의 결정은 바로 쉴드를 해체하는 것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유를 지키는 것이지, 지키는 것 자체가 아니었으니까요.
슈퍼히어로 장르의 틀을 한 채로 현대 미국에 대한 나름 깊은 성찰을 보여준 웰메이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