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 나.. 회사 그만두고 혼자서 게임 만들고 싶은데..."
이 시대 직장인 누구나가 그렇듯,
직장 생활에서 밀려오는 회의감과 이 바닥에서 몇 살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가 펑펑 울더군요.
결혼하고 3개월 좀 넘었고 그때 아내가 임신 1개월이었거든요..
그래도 아내는 금새 씩씩해져서는 울던 눈으로,
"오빠는 분명 잘 할거라고 믿어. 내가 오빠 꿈 지지해줄게!"
라며 방긋 웃어주었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괜히,
"야, 울다가 웃으면 너....."
"그만~!!"
뱃속 아기의 태명인 '딸기'를 따서 '딸기 스튜디오'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
딱 3개월만 하겠다고 시작한게, 6개월 되고, 1년이 되고...
마음과는 달리, 개발 기간은 계속 길어져만 갔습니다.
가장으로서 돈을 못 번다는 것. 정신적으로 참 힘든 일이더군요.
아내는 불러오는 배로 직장생활을 하는데...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다고 퇴근길에 사다달라던 음식도
아내가 번 돈이라는 게 너무 미안해서.. 괜히 까먹고 안사온 척 하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나 스스로도 이 게임을 제대로 완성할 수 있을 지,
그리고 과연 이 게임을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두려움때문이었습니다.
.......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고 했던가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통의 시간도 끝은 있더군요.
2015년 12월 24일..
드디어 게임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그렇게 기뻐하는 건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야, 아직 돈도 못벌었는데 그렇게 좋아?
"그럼~~ 오빠의 첫 게임이잖아! 너무너무 기쁘고 신나!"
가난한 집 아들 만나서,
결혼하며 아파트는 커녕 뭐 하나 제대로 받지도 못한 아내..
오히려 내 학자금 대출 같이 갚아 나가며,
마지막 원금까지 갚던 날 다 털었다며 너무 좋아하던 모습..
비록 이 게임으로 호강시켜주진 못하겠지만,
언젠간 꼭 좋은 옷 입혀주고 좋은 곳도 많이 데려가주고 싶네요.. ^^
너무 고맙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