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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꽃을 든 남자의 성공법칙
게시물ID : lovestory_650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curites
추천 : 5
조회수 : 6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3/27 15:04:19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 리어카에서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꽃을 팔던 청년이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상당히 젊은 사람이었는데 언제나 자신이 만든 꽃을 양손 가득 든 채 환하게 웃으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꽃을 사길 권했다. 게다가 꽃을 사지 않아도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물 한잔을 공짜로 나누어주고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를 나눠주며 언제나 동네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던 활기 넘치고 미소가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하지만 딱히 꽃을 살 일이 없어 지나가면서 가끔 힐끔 보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삼년전으로 기억된다. 어머님의 생신을 맞아 퇴근길에 문득 꽃을 한 다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그 청년이 떠오른 나는 그가 리어카를 세워놓고 장사를 하던 곳을 찾았다. 그런데 꽃을 팔던 리어카는 보이지 않고 바로 옆 건물 아주 작은 매장에 ‘아름다운 꽃집’ 이라는 상호가 붙어있었다. ‘삐그덕’ 꽃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서너 명이 서면 꽉 찰 작은 매장에 그 청년의 여동생이 혼자 열심히 꽃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던 후리지아를 선물할 심산으로 동생에게 말을 걸었다.

나 : 후리지아 한 다발 주세요

여자 : 아 안녕하세요. 몇 번 뵌거 같은데.. 이 동네 사시죠?

나 : 아 네^^ 이 앞 아파트 살아요.

여자 :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금방 예쁘게 만들어 드릴께요.

나 : 네.. 참 근데 사장님은 어디 가셨 나봐요? 안보이시네요?

여자 : 아 네. 의정부로 배달 갔어요.

나 : 의정부요? 만만치 않은 거린데 거기까지 배달을 가요?

여자 : 아 그러게요 ㅎㅎ 저희 오빠가 좀 답답하죠^^

나 : 실례지만 얼마짜리 주문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여자 : 5만원이요. 남는 것도 없는데 5만원이상 주문은 굳이 자기가 직접 얼굴을 보고 배달해야 한대요.

나 : 그럼 얼마나 남죠?

여자 : 솔직히 차비 빼면요. 남는거 없어요 저도 속상해 죽겠네요 ㅎㅎ

나 : 아 네…

꽃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면서 그 청년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먼 거리까지 비싼 이동비용을 감수하며 본인이 직접 배달을 다니는 것이 아주 비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얼굴을 대면하는 장점은 있겠지만 과연 그런 판매방식이 인터넷 검색 창에 꽃 배달이라는 키워드만 치면 수십 개의 쇼핑몰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시대에 먹힐지도 의문이었다. 어쨌든 완성된 꽃을 받아 들고 결제를 마친 후 돌아서서 꽃집을 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은 그렇게 내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2013년 여름 어느 날. 착용하던 안경테의 다리가 부러져 퇴근길에 명동에 있는 단골 안경점을 찾았다. 새로 안경테를 맞추고 터벅터벅 명동대로를 지나 버스를 타러 걸어가고 있는데 멀리서 일본어로 몇 명의 청년들이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똑같은 색상의 옷을 입은 서너 명의 젊은이들이 손에 꽃을 들고 일본어와 중국어로 신나게 외치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꽃을 팔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바로 곁에 리어카에서 꽃을 팔던 그 청년과 여동생이 서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고 그 청년은 내 얼굴을 알아보겠다면서 환히 웃으며 두 손으로 정중히 내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는 큼지막하게 꽃가게의 이름이 인쇄되어 있고 그 들 뒤에는 족히 삼십 평은 되어 보이는 아름다운 꽃집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분께 확장을 진심으로 축하 드린다는 인사를 건네고는 청년의 미소를 뒤로 한 채 돌아서서 천천히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 나왔다. 등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온 몸이 간지럽도록 부끄러웠다. 지루하고 따분한 장사방식으로 실패할 줄 알았던 그의 꽃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청년의 원칙을 밀고 나가는 우직함과 고객 한 명 한 명을 향한 열정, 그리고 친절함과 정성스러움이 내가 모를 수 천명의 고객을 감동시켰음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눈앞의 그 상황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는 내 예상을 완벽하게 뒤엎고 성실함과 원칙 하나로 성공을 이루어내었다.

그는 최고의 마케팅이야말로 친절과 정직, 그리고 성실이라는 것을 몸소 내게 증명해내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는 맞았고 나는 틀렸다.


출처 : 꽃을 든 남자의 성공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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