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몽골 17일째(7월 10일), 무릉의 선물 무지개.
나는 전날 머물렀던 게르 사람들과 그곳의 풍경이 마음에 들어 며칠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혼자도 아니고 흡스골도 멀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에 또 짐싸서 떠나야 했다.
큰 언덕을 오르니 무릉을 알리는 간판과 순록으로 보이는 동상이 서 있었다. 물론 어워도 있고..
이곳에는 목에 연두색 스카프를 두른 사람들이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몽골에서는 도심이 아니면 사람들이 길에서 쓰레기 버리는 게
너무 자연스러웠는데 그래서 그런지 저런 사람들이 있다는게 특이해 보일지경이었다. 나는 중국에서부터 내가 만든 쓰레기는 꼭 가지고 다니다가
쓰레기통이 있는 곳에 버리고 있었는데 몽골에 와서 좀 그랬던 것은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기 때문에 작은 마을도 그렇고 좀 큰 마을에서도
쓰레기를 모아서 그냥 마을 외곽에 가져다 버린다는 것이었다.
무릉을 알리는 간판을 보고도 한참을 더 가야 했다. 멀리 앞서가는 강형과 가축들이 멋있어 보여 사진도 찍고..
멀리 꽤 큰 도시인 무릉이 보이고 길도 흙길에서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도시 규모는 내가 지나온 시골 마을에 비해 큰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막 세련되고 고층 건물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곳은 비행장이 있어 울란바트로에서 이곳 무릉을 왕복하는 비행기가 있다. 울란바트로에서 출발한 버스도 이곳까지 오기 때문에
흡스골 여행하는 사람들 중에 비행기나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여기에서 다시 택시든 승합차든 타고 흡스골까지 가야한다.
우리는 구멍가게가 아닌 제법 큰 마트에서 필요한 먹거리를 사고 바로 흡스골을 향해 출발했다.
무릉에서 흡스골까지는 포장길이 잘 닦여 있었는데 강형이 먼저 왔을 때는 비포장길이었다고 했다.
한참 가는데 SUV차가 한대 서더니 운전석에 있던 아저씨가 한국사람이냐고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강형 자전거에 달린
태극기를 보고 얘기해서 섰다고 한다. 이 가족은 울란바트로에 사는 교민인데 흡스골로 놀러가는 중이라고 했다.
울란에서부터 온 우리를 대단하다며 아저씨도 여행 좋아해서 한국에 있을 때 자전거로 제주도 여행도 했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증기스칸의 고향
다달이라는 곳도 좋으니 한번 가보라고 해서 내가 위치를 물으니 차에서 지도까지 가져다 보여주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울란바트로를 기준으로 서북쪽으로 왔는데 다달이라는 곳은 동북쪽으로 위치해 있었다.
저녁 늦게 게르를 찾아가 텐트를 쳤는데 이곳은 여느 게르와 달리 가축을 치고 하는 곳이 아니고 땅을 일구어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준비하는 곳이었다.
주인은 아닌것 같고 관리인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 한분만 있어서 저녁으로 라면 끓여 먹을때 불러서 같이 먹었는데 맵다고 하더니 나중에 돈을 가져와
라면 팔라고 하길래 그냥 하나 드렸다.
많이는 아니고 비가 좀 오더니 어렸을때 삼각자 사면 같이 들어있던 180도 각도계처럼 반원의 무지개가 초원에 펼쳐졌다.
몽골 여행하면서 기후가 그래서 그런지 무지개를 심심치 않게 보기는 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멋진 무지개였다. 어쩌면 내가 살면서
보았던 무지개 중에서 가장 멋진 무지개였다.
저때의 영롱함을 사진으로 담아 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무지개 끝에는 황금이 묻혀 있다고 하는데..
몽골에 와서 풍경도 멋지고 사람들도 특색있고 해서 카메라 욕심이 많이 났는데 특히 짤림 없이 무지개를 찍은 강형의 사진을 보고 더 그러했다.
강형은 텐트에서 자다가 일어나서 무지개가 거의 사라질때 찍은터라 좀 아쉬웠다.
이날 이동거리 74km.
ㅁ 몽골 18일째(7월 11일), 흡스골의 휴양지 하트갈.
초원의 흙길이 익숙해 질리 없건만 포장 도로도 수월하지는 않았다. 언덕길도 많고 포장길이라 더 빨리 가기 위해 페달을 밟아서 그런지 힘이든다.
멋진 길가의 가게에 들러 음료수도 사먹고 허기도 해결했다.
한참 더 가고 낑낑 대며 힘들게 큰 언덕을 오르니 흡스골을 알리는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었다.
역시 흡스골이 몽골에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이곳에서 사진을 많이 찍고 있었다.
진지한 표정의 아이들. 모자쓴 여자아이 표정 귀엽..
만든지 얼마 안되보이는 물고기 모양도 있고..
도착하고서야 알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이 우리가 머물렀던 마을 하트갈이었다. 가까워 보여도 거의 한시간 더 가야 했다.
마을 입구에서 긴 나무로 만든 차단기로 길을 막고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우리는 두사람 해서 6,000투그릭(5천원 정도)
입장료 내고 표와 함께 받은 흡스골 관광안내 지도. 저 지도에서 보이는 호수의 맨 아래 꼬랑지 부분이 바로 우리가 도착한 마을 하트갈이다.
마을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들러 부식거리를 좀 샀는데 여기서 먼저 오르직 개울가에서 가족들과 흡스골 간다고 했던 아저씨를 또 만났다.
아저씨는 가까운 곳에서 나담 관련 경기가 있다고 같이 가자고 했는데 강형은 별 흥미를 보이지 않고 점심을 못먹어 배가고파 빨리 가야한다고하고
헤어졌다. 이때가 3시 반쯤..
마을 거의 끝에 있던 게스트하우스 Garage 24. 이곳은 강형이 먼저 여행 왔을때 머물렀던 곳이였다.
나는 처음에 너무 썰렁한 분위기여서 문 닫은 곳인가 했는데 금방 과감하게 윗가슴을 드러낸 여주인이 나와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베드 8개가 있는 방 1인당 하루 숙박비는 15,000투그릭(12,500원 정도)
건물안에 들어 갔는데 이런 한여름에 벽난로를 피워놓고 있었다. 금방 자전거를 타고 온 나는 상당히 후덥지근했다.
밖에서는 조용하더니 금방 왔다 갔다하는 외국인 투숙객도 몇명 보이고 종업원들도 여러명 있었다.
배가 많이 고팠던 우리는 짐을 풀고 바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이곳은 구식이지만 샤워장이 있어서 세면장에 있던 고무다라이를 들고 들어가 샤워를 하며 빨래도 밟아가며 같이 했는데
검은 구정물이 계속 나와 여러번을 행궤내야 했다. 간신히 미지근함이 느껴지는 물이였지만 샤워도 싹 하고 빨래에 신발까지 빨아서
건물 뒤 나무 울타리에 갖다 너니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 무엇보다 고생해서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한 날이 아닌가?
우리는 어디 갈 생각하지 않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여유롭게 쉬었는데 강형은 몇시간 푹 자고 일어났다.
처음에는 벽난로를 왜 피워놨나 했는데 좀 있으니 쌀쌀해서 난로 앞에 앉아 불을 쬐니 좋았다. 나무 난로라 냄새도 좋고..
날씨가 살짝 흐리더니 빗방울이 좀 떨어졌는데 여기서 일하는 젊은 애가 뒤에 널어 놨던 내 옷을 전부 걷어 나에게 가져다 줘서 그 친절함에 놀랬다.
늦게 밥하고 국 끓여서 저녁을 먹었다. 반찬으로 양배추 볶음도 하고.. 요리는 거의 강형이 하고 설거지는 내가 했다.
다른 투숙객들은 사먹는지 음식 해 먹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점심때도 느낀거지만 우리를 부러워 하는 눈치였다.
저녁에는 게스트하우스 마당에 여행자들을 실어 나르는 차들이 여러대 주차를 했다. 울란바트로 시내에 많이 굴러 다니고 흡스골 오면서 보면
외국인 여행자들이 저 귀엽게 생긴 러시아산 승합차인 푸르공을 타고 많이 다녔는데, 초원의 흙길을 힘들게 가고 있으면 먼지를 풀풀 날리며
빠르게 지나가는 저 푸르공을 보고 나도 한번 타봤으면 하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묵었던 방. 더 들어 오는 게스트가 없어서 우리 둘이 잤다.
중간에 난로가 있고 양 옆으로 나무로 만들어 짜 넣은 침대가 있었는데 저녁 먹고 정리하고 들어가니 따뜻하게 누가 난로를 피워놨다.
여기 오는 동안 텐트치고 잘 때도 밤에는 추워서 겨울 침낭을 덮고 잤는데 여기서는 난로가 있어서 나는 침낭까지 꺼내 덮지는 않았다.
그동안 중국 들어갔던 단동 첫날도 그랬고 몽골 와서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잘려고 몇번 시도해 봤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흡스골까지 와서 투박하지만 특색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처음으로 이용해 보니 신기하기도 하면서 외국인들과 같은 공간에서 지낸다는 것이 아직
어색하기도 했다. 밤에는 거실에서 외국 젊은애들이 기타치며 노래하고 얘기도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우리는 난로에 나무 많이 집어 넣고 일찍 잤다.
이날 이동거리 51km. 울란바트로에서 이곳까지 772km 온 것이고 딱 10일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