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다시 오는 봄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 납니다
살아있구나 느끼니 눈물 납니다
기러기떼 열 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 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있구나 생각하니 눈물 납니다
이성복,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한가
옅은 하늘빛 옥빛 바다의 몸을 내 눈길이 쓰다듬는데
어떻게 내 몸에서 작은 물결이 더 작은 물결을 깨우는가
어째서 아주 오래 살았는데 자꾸만 유치해지는가
펑퍼짐한 마당바위처럼 꿈쩍 않는 바다를 보며
나는 자꾸 욕하고 싶어진다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해만 가는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별의 꽃
이 세상 어디선가 이별의 꽃은 피어나
우리를 향해 끝없이 꽃가루를 뿌리고
우리는 그 꽃가루를 마시며 산다
가장 가까이 부는 바람 곁에도
이별을 호흡하는 우리
이향아, 나는 감정적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감정적이다
알레르기성 재채기와 가려움증과
황사 가루 날리는 거리에 서면
가을 잎에 휩쓸려 떠나고 싶다
지나가는 계절의 안개 낀 문턱마다
울적한 감기는 솜처럼 젖어 들고
피가 더워서 눈물이 흔할까
팔랑개비 열두 번씩 뒤집히는 속
양철 냄비처럼 쉬 끓어서
원시의 바다 꿈을 적시러 가는 지금
이러다간 누구를 사랑하고야 말지
어리석고 순진한 감정으로
이 은총과 슬픔으로
학교에서는 가르친 적 없는
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는
연습 없는 감정만 쑥밭처럼 무성하다
부끄럽지만
나는 감정적이다
김경빈, 위로
제자리 가만히 있는 것들도
열렬히 저항하고 있는 중이다
보이지 않는 지하에서
빠르게 뒤로 감겨가는 생의 컨베이어 벨트
그대는 그대의 좌절보다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희망을 심으며 살아내고 있다
그러니 괜찮다 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