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와 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의 정치적 권력 역학구도를 이해하셔야 상황이 이해가 가실겁니다.
먼저 두 기관의 관계는 이렇습니다. 연맹은 축협의 산하기관입니다. 문화체육부 아래에 여러기관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축협이며 다시 그 산하 기관이 프로연맹으로 수직적 관계로 보시는게 맞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프로축구연맹은 AFC의 요청에 따라 연맹의 독자적 법인 설립을 요구했습니다. AFC는 각국 프로축구연맹이 독립하고, 나아가 각 클럽들이 독립법인화 되어야 아시아 각국 리그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독립법인화를 허용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실질적인 내용은 껍데기 독립을 하려들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프로연맹의 토토 수익금, 인사행정, 대표선출, 감사 권한 까지 모두 협회가 갖겠다는 겁니다. 이게 독립입니까?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전후로 막대한 성장을 이뤘고, 스폰서유치, 정계와 유착등 엄청난 권력과 부를 틀어 쥐는 기관이 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하기관의 연맹이 독립한다는 것은 부와 권력이 떨어져나갈 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이나 리그도 자생력을 갖출법 하다고 생각하면 서로 독립하려들 것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대한축구협회가 모든걸 틀어쥐고 있기때문에 K리그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것이죠. 예를 들어, K리그 광고도 안나가고 스폰서도 흐지부지 하고 이런것들은 프로연맹이 독립법인이 되지못해서 마케팅을 사실상 하기 어렵게 되어있기때문입니다. 단순히 야구의 인기에 밀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상황이 악화되자 K리그는 중계 활성화를 위해서, 국가대표A매치와 K리그를 묶어서 방송국에판매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자 대한축구협회에서는 프로연맹을 압박하기 위해 2009년 A매치를 SBS에 통째로 독점계약을 해서 넘겨 줬습니다. 그냥 준게 아닙니다. FA컵 결승및 유소년 축구 결승을 묶어서 판매했습니다. K리그가 아니고 FA컵??
K리그는 프로연맹 주관이고 FA컵은 축구협회 주관이기때문입니다. 연맹이 말 안들으면 이렇게 된다는걸 보여준거죠.
그리고 독립법인화, 독점중계 사건에 이어서 3번째 전쟁이 일어난겁니다.
협회가 구두계약을 깨고 주말 A매치 강행을 선언한것이죠. 일단 구두계약의 실존 여부가 중요하겠지만 사실상 했던것으로 추정하는것이 합리적입니다. 연맹은 산하기관으로 사실상 협회에 힘싸움에서 이기기 힘든상황인데, 어떤 바보가 FIFA공인 A매치 데이 다음날 리그 일정을 잡겠습니까.
이번사건역시 대한축구협회의 견제로 보는 것이 맞을겁니다. 아마 축협은 월드컵 분위기가 고조됨에 따라서 여론이 차출협조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게다가 월드컵 본선에서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K리그 프로연맹이 협조를 안해줬기 때문이라는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분쟁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구두계약의 내용이 공개되어 여론은 연맹쪽으로 기울고 있고, 사실상 이번에는 협회쪽에서 한발 물러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k리그 프로연맹이 실질적으로 독립해서 진짜 리그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