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게시판 자체가 '군대게시판' 이라는점은 잘안다. 하지만 필자는 남성문제에 접근하는 대부분 남성들의 의식이라고 하는게 지극히 지엽적이고 편중되어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페미니스트들이 흔히 남자들을 공격하고 깎아내리기 위해 자주하는 질문이 "남자가 무슨 피해를 받는데?" 라는 것인데 대부분 남성들이 이 질문에 대해 "남자는 군대가잖아!" 혹은 "데이트 비용 남자가 왜내야돼?" 이 두가지 밖에 말을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있노라면 같은 남자로서 참 안타깝다. 물론 이는 인성을 방구석에 쳐박아둔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처럼 "남자들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그간 남자들은 자기들이 짊어져야 했던 성역할, '남자다움'에 의문을 품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흔히 요즘 껄떡거리고 다니는 페미니스트들이 '입이트이는' 페미니즘을 이야기 하곤 하는데 정작 입이트여야 할 진짜 존재는 남성이다. 그간 우리사회의 인식속에서 여성의 불평불만은 '여자'기 때문에 허용되었던 반면 남성의 그것은 '찌질이'라는 사회적 질타속에서 악랄한 입막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여성의 눈물과 남성의 눈물은 그 의미부터가 달랐다. 여성의 눈물은 화난 남성마저 누그러뜨리고 모든 용서가 허용되는 '무기'로 작용했다면 남성의 눈물은 "사내새끼가 되가지고..." 흘리지 말아야 할 치부였다.
이처럼 사소해보이는 감정표현에서도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게 자리잡고있다. 바꿔말하면 남자들이 겪는 문제는 '군대'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자들은 왜 항상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가? 남자들은 왜 돈을벌어야 되지? 남자는 왜 키가 커야 하나? 남자는 왜 '벤츠'가 되어야하지? 남자는 왜 여자를 리드 해야해? 남자는 전업주부 하면 왜 무능력자야? 남자는 왜 꼬추가 커야해? 이와 같이 남자들은 군대 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기를 규정하는 수많은 사회적 고정관념에 의문을 품어볼 수 있다. 또한 그래야만 한다. 남성문제를 거론하는 모든 남성들에게 '군무새'라고 조롱을 퍼붓는 페미니스트들을 향해서 이제는 우리 남성들도 자각하고 우리들의 문제를 낱낱히 이야기 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우리 남성들의 목소리가 데이트 비용문제, 군대 문제에만 편중되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한번쯤 그 논제를 더 깊이 파고들어 이렇게 거시적으로 물음을 던져봤다면 어땠을까? "왜 남자들은 항상 방패막이, 돈지갑 노릇을 해야하는거지?" 라고 말이다.